세무사회⋅납세자연합회, “납세자 권리보장하고 조세법률주의 바로 세운다”

나홍선 기자

hsna@joseplus.com | 2026-08-13 12:19:07

제2회 납세자포럼 개최…납세자 권리보장 30년, 현장서 작동하는 실질적 권리보장 강화 필요
상속⋅증여세 감정평가, 훈령 아닌 법률에 근거해야…과세관청의 사후적 시가 산정 개선방안 제시
한국세무사회와 한국납세자연합회가 공동 개최한 ‘2026년 제2회 납세자포럼’에서 ‘납세자 권리보장제도의 시행 현황 분석과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 모습. 왼쪽부터 주제발표한 나성길 세무사, 좌장을 맡은 오문성 교수, 토론을 맡은 허원 교수(서울시립대), 박재혁 세무사(세무학 박사).

한국세무사회(회장 구재이)​와 납세자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합회(회장 최원석)​가 납세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조세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양 단체는 12일 오후 한국세무사회 6층 대강당에서 ‘2026년 제2회 납세자포럼’을 공동 개최하고, 납세자 권리보장제도의 지난 30년을 점검하는 한편 상속⋅증여세 감정평가제도의 법적 문제와 입법적 개선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조세전문가인 세무사와 납세자 시민단체가 함께 현장의 문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올해는 1996년 국세기본법에 ‘납세자의 권리’ 규정이 도입된 지 30년이 되는 해로, 그동안 납세자 권리보장제도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돌아보고 실제 국세행정 현장에서 납세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는 데 의의가 크다.

포럼에서 첫 번째 주제인 ‘납세자 권리보장제도의 시행 현황 분석과 개선방안’은 나성길 세무사(법학박사)가 1996년 국세기본법에 ‘납세자의 권리’ 규정이 신설된 이후 30년간의 제도 변천과 국세행정에서의 집행 현황을 분석하고 실질적인 납세자 권리보장을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나 세무사는 납세자권리헌장, 납세자보호관, 납세자보호위원회, 과세전적부심사, 고충민원, 권리보호요청 등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지만,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세전적부심사의 낮은 채택률, 세무조사 분야 권리보호요청의 상대적으로 낮은 시정률 등 제도의 외형적 발전과 실제 권리구제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고 분석하고, ▲과세전적부심사 2심제 도입 ▲고충민원⋅권리보호요청의 국세기본법 법제화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대등관계’ 명문화 ▲세법 개정취지에 대한 정보제공 강화 ▲부과제척기간 임박에 따른 지연처리 개선 등을 제안했다.

12일 개최된 제2회 납세자포럼에서 나성길 세무사가 ‘납세자 권리보장제도의 시행현황 분석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박재혁 세무사(세무학 박사)와 허원 서울시립대 교수가 과세전적부심사 2심제의 실효성, 소액사건에서 납세자의 대응력 부족, 훈령에 근거한 권리구제제도의 법제화,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대등한 법적 관계 정립 등 제도 개선방안의 구체적인 설계와 보완점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상술 세무사가  ‘상속⋅증여세 등 감정평가제도의 법적 쟁점과 입법적 개선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두 번째 주제는 김상술 세무사(세무학박사)가 발표한 ‘상속⋅증여세 등 감정평가제도의 법적 쟁점과 입법적 개선방안’이었다. 

김 세무사는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와 국세청의 소급감정사업을 중심으로 현행 감정평가제도의 법적 문제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입법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김 세무사는 감정평가사업의 대상 선정기준과 절차가 법률이 아닌 국세청 훈령인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과세관청이 내부적인 기준에 따라 감정평가 대상을 선정할 경우 유사한 재산을 보유한 납세자라도 감정평가 대상 여부에 따라 세부담이 달라질 수 있어 납세자 간 형평성과 세부담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 세무사는 이어 과세관청이 사후적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해 상속⋅증여 당시의 재산가액을 새롭게 산정하는 현행 제도는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입법을 통해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 ▲상증세법 제60조를 개정해 감정평가의 대상⋅주체⋅수수료 부담 및 공제 등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와 국세청 훈령인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 제72조를 폐지해 평가기간 외 감정평가를 통한 소급과세를 방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현실적인 입법대안으로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에 실제 존재하는 매매 등 가액은 시가로 인정하되, 평가기간이 지난 후 과세관청이 사후적으로 새롭게 실시한 감정평가액은 시가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납세자가 평가기준일 당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객관적인 거래가액은 인정하되, 과세관청의 사후적인 감정평가로 세부담이 새롭게 결정되는 문제를 제한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두번째 주제에 대한 토론 모습(왼쪽부터 김상술 세무사, 좌장을 맡은 오문성 교수, 토론을 한 문예영 배화여대 교수와 안만식 세무사)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여한 문예영 배화여대 교수는 “이번 연구가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을 단순한 세부담 증가 문제가 아니라 상증세법상 재산평가체계와 조세법률주의,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특히 과세관청의 사후 감정으로 법률상 시가와 보충적 평가방법이라는 이원적 체계가 사실상 감정가액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고, 감정대상 선정 여부에 따라 동일한 재산을 가진 납세자 사이에 세부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에 공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안만식 세무사(세무법인 센트릭)는 현장 세무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권리보호 문제를 중심으로 감정평가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논의했다. 

두 토론자는 감정평가 권한만 법률에 규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기존 매매가액과 감정가액의 우선순위, 평가기간, 보충적 평가방법, 감정평가 대상 선정기준, 납세자에 대한 정보제공, 감정평가 비용 부담과 절차적 권리 등을 함께 법률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포럼과 관련해 한국세무사회 구재이 회장은 “세금제도의 주인은 납세자인 국민이라며 납세자 권리는 제도에 머무르지 않고 국세행정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특히 “상속⋅증여세 감정평가제도와 관련해 대상 선정기준과 절차가 과세관청의 사무처리규정에 근거하고 있는 만큼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하도록 입법적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구 회장은 또 “납세자 권익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세무사가 납세자 곁에서 제 역할을 다할 때 납세자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다”며 “포럼에서 제시된 개선방안이 정부의 세제개편과 국회의 입법으로 이어지도록 한국세무사회가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들의 기념촬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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