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옥의 에세이] 여행은 소통이다

편집국
news@joseplus.com | 2017-12-05 1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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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30, 40대는 아이 키우느라 바쁘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나가면 좋은 시기이다. 많이 본 아이가 많이 생각한다. 자녀 교육비로 가족여행을 가는 게 좋다. 30, 40대 때면 대부분의 자녀는 유치원생이고 초등학생이다. 아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딱 그 때 뿐이다. ‘가족여행 가세요.’를 강조하고 싶다. 중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자녀는 부모의 손을 벗어난다.


그때가 지나고 나면 자녀들은 가족여행을 가자고 해도 안 간다. 하지만 그때 몸에 배어 있으면 1년에 한 번은 부모와 함께 보낼 여행계획을 세운다. 가족끼리 가는 여행이 가장 행복해 보인다. 자녀는 ‘나는 꼭 이 다음에 커서 저렇게 해야지.’라고 계획하게 된다. 40, 50대 부모에게는 청소년기인 자녀와 함께 여행을 가라고 하고 싶다. 아버지가 정말 열심히 살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아빠는 돈 벌어다 주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래서 갈등이 많다.


나는 40대 아버지들에게 청소년을 데리고 단 둘이 배낭여행을 가라고 부탁하고 싶다. 단 둘이 여행가서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서 들어만 주면 된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두 번은 어색하지 않다. 그러면 아이는 평생 그걸 가슴에 품고 여행하게 된다. 자녀가 50대가 되면 아버지는 70, 80대가 된다. 그때 아버지와 여행가면 효도여행이 아니다. 40대 때 부모님과 함께 여행가야 한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여행가면 좋다. 아버지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모시고 여행을 가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는 50대 때 하면 된다. 그때는 자녀도 다 키우고 대학 졸업하고 결혼을 시키는 시기다. 그동안 자신을 위해 살지 못했으니 그때부터 자신에게 선물을 해줄 수 있다. 또한 정년을 준비해야 되니 어떻게 준비해 나갈지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이때 여행이 좋다. SNS로 준비도 하고, 여행 플래너 교육을 받으며 50대부터는 여행을 갈 때다.


50대에는 여행모임이 주류를 이룬다. 이제 살만하고 자녀들을 다 키웠기 때문이다. 여행갈 때 하는 말이 “드디어 언어를 공부할 때”라고 말한다. 100세 인생이니 절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동안 자녀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살았다면 지금부터는 나를 위해 살 때다. 주변 친구들은 여행 가는데 1년, 2년 준비해서 간다고들 한다. 하지만 여행은 가볍게 떠날수록 좋다.


함께 여행 갔을 때 누군가 간단한 말로 물 좀 달라고 말하고, 방 키라도 가져다주고, 물건 살 때 깎아달라고 말이라도 하게 되면 그 사람이 달라 보인다. 나는 “달라 보일 나를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하세요.”라고 한다. 그러면 다음부터 여행갈 때 “그 친구한테 물어봐, 그 친구가 많이 알잖아. 여행갈 때 꼭 데리고 가.” 이렇게 말하게 된다. 팀에서 나를 다르게 보는 것이다. 더구나 여행 다녀와서 SNS로 여행기를 써서 올릴 수도 있다. 홍보하는 방법은 어디서든 배울 수 있다.


60대는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마땅하게 할 일이 없다. 안타까운 것은 퇴직하고 나면 군수님이나, 청소부 아저씨나 똑같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60대 인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사실 군수님으로 정년퇴직을 했다면 더 힘들다. 그동안 돈 쓰고 다녔고, 높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낮추기가 어렵다. 반면 낮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올라가기가 쉽다. 주변에 여행가는 사람들에게 팁을 주고 이것저것 말해주면 좋은 일거리가 생길 수도 있다. 친구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면 나에 대한 존재감이 달라질 것이다.
 

강영옥 알지오 투어 대표

 

만약 등산모임에서 60대가 블로그를 할 줄 알고 산에 대한 정보를 줄줄 안다면 어떨까. 주변의 시선부터 달라질 것이다. 같은 60대를 맞이하는데,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으면 된다. 일본의 도쿠마서점 취재팀이 찾아낸 15명은 노년이지만 행복한 일을 하고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냈다. ‘호빵맨’으로 60대에 인기만화가가 된 야나세 다카시 는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끼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일은 보람을 느끼게 되고 수입도 생길 수 있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좋아하는 야이리 기타을 만드는 장인 야이리 가즈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겨야 오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거기에는 정성이 따르는데 좋은 나무를 찾아낸 뒤, 그 좋은 나무를 들여오더라도 5년에서 10년 정도는 재워둔다는 것이다. 또한 조립을 끝내고 적어도 3개월은 품질조정실에서 음악을 들려주며 숙성시켜야 하는데 그는 그 과정을 ‘천사가 머무는 시간’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만들어져야만 좋은 소리가 나오는 기타가 될 수 있다. 우리 삶도 이러한 즐거움이 함께 해야 한다.


모두 핸드폰으로 똑같이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왠지 그 사람이 찍으면 뭔가 다르다면 앞으로 사진은 그 사람에게 찍어 달라고 하게 된다. 나는 사진 찍으려고 하면 “서세요.” 하고 사진을 찍어준다. 그러면 처음에는 잘 안 보지만 그날 밤 바로 사진을 전송을 시키면 별 말 없던 사람들도 다음 날 “저도 사진 찍어주세요. 사장님이 사진 찍으니까 다르던데요.”라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내 앞에 사진 찍어달라고 줄을 서게 된다.


 “사진 찍게 오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 앞으로 오게 만드는 것이다. 일 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도 된다. 그리고 저녁에 방에 들어가면 카톡으로 미리 친구 맺기를 해놓고 사람들에게 맞는 사진을 골라 보낸다. 그러면 사람들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하고들 생각한다. 카톡 들어가서 보면 다 알 수 있다. 어떠하든 여행은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소통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글/ 강영옥 알지오 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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