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여, `기업`을 놓아주라

편집국
news@joseplus.com | 2016-12-22 16: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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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광장은 '촛불'로 뒤덮이더니 촛불민심만 민심이 아니라며 태극기 부대의 '맞불'도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침묵하는 다수는 행동하지 않고 세상 돌아가는 걸 지켜보고 있다. 민생은 매우 어렵고 정치판은 갈팡질팡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17 세계경제는 정치의 손에 놓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세계경제의 바다에는 험한 풍랑이 일고 있다. 기업경영인들은 이를 헤쳐 나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설치면 기업과 경제는 죽는다. 우리는 한국을 이끄는 세계적 대기업 총수 9인을 국회 청문회에 불러 모욕 주는 장면을 보았다. 우리의 청문회는 '듣는다'(hearing)는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 닦달하고 겁박하는 장이 돼있다. 고압적 성토와 질문을 길게 해놓고 답변하려면 시간 없다며 끊는다.

  
몇 장면을 보자. '아는 게 뭐냐' '머리 굴리지 마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에다 '경영권 이양하라' '삼성 미래전략실 없애라' '전경련 해체하라'는 발언은 이해할 수 없는 국회의원의 '갑질'이었다. 전경련을 해체하든 존속하든 관련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국회의원이 개입할 일은 아니다. 기업총수들에게 전경련의 존속과 해체 여부를 손을 들어 답하라고 한 어이없는 장면도 보았다. 국회 하는 일이 못마땅하다고 해서 국회의원들에게 국회해산에 찬반의견을 묻고 손들어보라고 하면 말이 되는가. 주주의 신임을 얻은 경영자를 물러나라는 것은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국회의원 물러나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기업에 잘못이 있다면 법절차에 따라 응징하면 되는 것이지 특정부서를 해체하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억지다.

  
우리의 정치풍토에서 정치권력의 관심 사업에 힘을 보태지 않고 독립운동 하듯이 버틸 기업은 없다. 대가성 여부와 강압이냐 자의냐를 묻는 것도 의미 없는 질문이다. 과거 5공 청문회 때 "돈을 내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해 냈다"는 고 정주영 회장의 명답을 음미해보라. 정치권력은 기업을 봉으로 알고 돈을 요구하면서 정경유착을 시비하는 것도 우습다. 

  
기업은 정치와의 절연을 바란다. 하지만 정치권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기업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역대 정권의 핵심사업은 기업의 돈으로 해왔다. 올림픽, 대북사업, 동반성장기금, 미소금융, 박근혜 정부의 청년희망펀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그랬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도 최순실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지 과거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인들의 일탈행태를 옹호하거나 기업인들의 행동이 떳떳했다고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증인으로 나온 기업인들을 그런 식으로 모욕하고 죄인 취급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걸 말하고자 함이다. 기업인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기업인들의 헌신과 기여를 조롱하거나 모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치인, 국회의원이라면 세계경제의 흐름과 우리 기업이 처한 환경을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 정치도 기업도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이다. 탄핵정국에 맞춰 국회의원들은 기업규제를 강화하거나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법안을 쏟아내려고 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무너지고 있고 미래가 불안한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늘릴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개혁을 무력화하려는 정치투쟁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의 국회는 권한은 크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은 지지 않아 제왕적 국회다. 대통령만 제왕적인 게 아니다. 국회는 지난 4년간 노동개혁을 비롯한 경제살리기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일자리 창출과 민생을 들먹였다. 이런 모순된 행태가 어디 있는가. 국회의원은 수가 적고 조용할수록, 기업인은 수가 많고 왕성하게 활동할수록 경제는 성장한다. 기업인은 기업경영에만 신경 쓸 수 있는 맑은 세상을 이제는 한 번 만들어봐야 한다.


[작자 프로필]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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