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명용의 창업일기] CRM마케팅 전략:내부고객과 외부고객 그리고 낀 고객

편집국
news@joseplus.com | 2018-02-26 07: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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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CRM(고객관계관리전략)개념’이 요즘엔 웬만한 회사에서는 보편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CRM마케팅이란 고객들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얻게 되는 이익이나 가치, 만족감을 증대시켜 장기적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유지하는 마케팅전략을 의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 각광받는 사례를 예로 들면 카드사의 경우,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들이 실제 쇼핑할 때의 이동경로나 지리정보를 파악, 고객의 동선과 기호에 맞는 쿠폰이나 이벤트 소식을 전달하거나 알림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 예로 들면 모(某)시중은행은 ‘주거래 고객서비스제도’를 만들어 과거 한정된 VIP고객에게만 적용하던 ‘고객별전담직원제도’를 모든 고객에게 제공하여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물론 이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과정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일련의 전략들은 기업이 성장하는데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고객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거나 유지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기업들이 인지했다는 결과이리라!


이렇게 중요한 고객은 크게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이하 고객)’으로 분류한다. 과거엔 개념조차 생소했던 ‘내부고객’에 대한 인식의 성장은 그야말로 반갑기 그지없다. 내부고객의 만족 없는 고객만족이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것을 모두가 아는 것이고, ‘내부고객만족’이야 말로 모든 고객만족의 기본이며 그 출발점이라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서 말하는 ‘낀 고객’은 어떤 고객을 말하는 것일까? 바로 기업의 ‘내부고객’이였다가 ‘고객’으로 위치가 바뀐 고객군(群)을 일컬음이다(필자의 임의적 분류). 이에는 대표적으로 퇴직자 그룹이 있다. 최근엔 퇴직자 그룹도 다양화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년퇴직은 물론이려니와 다양한 중도 퇴직(명퇴/희퇴) 등으로 낀 고객의 종류도, 성향도 다양해지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여기에 더해 이 부류에는 예비취업자군(群)을 들 수 있다. 두아들 녀석이 최근 취업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예비취업자를 대하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웬만한 회사는 몇만 명 씩 몰리는 취준생들을 그저 그렇게 형식적으로 대하는가 하면, 어떤 회사는 자사가 생산한 소품을 면접기념품으로 준비하는가 하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취준생들을 헤아리는 문자메세지(장소 안내, 당·락 통보) 등으로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우리 둘째 녀석은 떨어졌지만, 매너 있고 따뜻하게 대해준 기업을 지금도 좋게 평가하고, 은연중이라도 해당회사 이야기가 나오면 좋게 표현하곤 한다.


최근에 나는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내부고객’에서 ‘낀 고객’으로 분류 변경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30년 넘는 직장생활에서 처음으로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사직서를 제출할 때부터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회사와 사전 조율을 하였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모든 퇴직자가 그러하듯이 마치 엄청난 계획, 또는 머리 식힐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무작정 해외로 나갔다가 보름 남짓 시간을 보낸 후 귀국한 후, 전 직장급여일이 다가옴에 따라 인터넷을 뒤져 ‘고용보험센터’에 전화를 걸어 실업급여신청을 문의하게 되었다.

 

결과는? 짐작하듯이 상처투성이, 반성(?)투성이….  문제는 퇴직 사유가 실업급여 수령 사유에 부합되어야 되는데, 조직원간 불화 등 개인의 소양 문제로 되어 있어서 심사과정에서 반려될 수도 있다는,그리고 신청일 기준으로 8개월(연령별 기준)간 수령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나는 꼭 전 직장에 확인해보고 싶었다. 사전에 충분히 상의하고 사직서 내용까지 상의 후 제출했는데 참으로 아쉬웠다.


회사 인사담당자는 담담하게 같은 시기에 세 명이 퇴직했는데 모두 동일 사유로 처리했고, 나머지
두 명은 사직 처리 다음날 모두 실업수당 신청을 끝냈고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혹시 문제가 되면 해당 고용보험센터로 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업급여는 신청일 기준으로 기간이 산정되고 급여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고 있었냐는, 어쩌면 그렇게 귀에 쏙쏙 박히는 무미건조한 정답(?)만을 말하는지….


내 30년 직장생활에서 첫 실업급여 신청 사유가 ‘회사 부적응’, ‘조직원 간 불화’를 인정하는 대신 하루 최대 50,000원을 자존심 포기의 대가로 받아라? 진즉 이렇게 속 시원히 이야기를 해줬다면 아마 적어도 지금은 신청하지 않았으리라! 지금까지 나는 여러 번의 부서(팀/지원단) 구조조정을 지휘했고, 이런 저런 퇴직자들을 상담하고, 위로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럴 때, 내가 진정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퇴직 후 직면할 그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상담했던가? 모르긴 해도 그저 그런, 어쩌면 면피용 상담에 급급한 뻔한 상담을 했으리라!

엄명용 7아이언맨 대표


퇴직이 빈번한 요즘 세대가 아닌, 2~30년은 근무하고 정말 어렵게 퇴직하는 베이비부머 시대의,
가장들은 인사담당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실업급여 신청 등 퇴직 후 하나, 하나가 겸연쩍고 서툴다. 이번의 경험에서 배웠다. 다음에 내가 퇴직자를 상담할 기회가 다시 온다면 입사 안내만큼이나 퇴직 후 바로 직면할 실업급여 신청 등 필요한 서류나 절차(문의처) 등, 꼭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했다가 퇴직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


높은 충성도를 가진 ‘낀 고객’을 회사로부터 일부러 등을 떠밀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제 모처럼 고등학교 한해 선배를 만났다. 지난 연말 송년회를 같이 주관한 후 뒤풀이 비슷한 자리라고나 할까? 송년회 등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실업수당 신청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경험한 아쉬움을 이야기하자 세 번째 직장을 옮긴 선배 왈, “아니 우리 회사는 퇴직하면 담당자가 대봉투에 해당서류들을 준비해서 전달해 주는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사족> 예비 은퇴자인 독자들에게 고합니다. 첫째, 실업수당을 받을 일을 만들지 마라! 둘째, 실업수당은 가급적 빨리 신청하라!  <글/ 엄명용 7아이언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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