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낯익은 국세당국의 세무조사 개혁방안

매년 세무조사 쇄신책 내놨지만
납세자 권리보호는 제 자리 걸음
손색없는 현행법에 덧칠하지 말고
국세기본법만 준수하면 만사형통
심재형 기자
shim0040@naver.com | 2023-05-21 08: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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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납세자, 살맛나는 세상(稅上)이 오려는가. 며칠 전 국세청이 대외에 공표한 세무조사 개혁방안은 한마디로 파격적이다. 세무조사에 따른 납세자들의 속앓이를 한방에 씻어주는 신선한 충격이기도 하다. 세정가 세무대리인은 물론 납세권()의 반응도 쾌청이다. 하지만 적잖은 기대 속에 한편으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이 체험한 조사행정에 대한 불신감의 발로다. 

 

개혁방안의 핵심 키워드는 한마디로, 적법절차를 통한 절차적 정의와 적법과세를 통한 실체적 정의의 동시 구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정과세를 위해 세무조사의 실효성은 확보하면서도 납세자의 의무가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개선을 다짐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세무조사를 통해 법률이 정한 몫의 세금을 추징하는 과정에서 자칫 납세자의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절차적 정의실체적 정의가 동시에 구현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왠지 이 쇄신안이 낯설지가 않다. 바로 납세자들 뇌리에 선언적 규정으로 맴돌고 있는 현행 국세기본법에 엄연히 살아있는 조문(條文)이다. 이번 개혁안을 잠시 접어두고, 납세자들의 기본권이 명시된 현행 국세기본법을 보자. 이 법에 의해 제정된 납세자 권리헌장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런 말씀도 계셨나할 정도다. 우리네 납세자들, 문서상으로는 이미 살맛나는 세상(稅上)에 살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헌장이 선언적 규정쯤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국세당국은 매년 진화된 조사행정 개선방안을 내 놓고 있지만 납세기업들이 체감하는 온도차는 좀체 좁혀지질 않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경제단체 회장단의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에서도 조사행정 부문에 대한 건의사항이 쏟아진다. ‘없는 규정 새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아니라, ‘있는 규정 잘 지켜 달라는 애원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인 2008,지금은 희미해진 세정가의 한 소사(小史)를 소환해 보자. 현직 국세청 고위 간부가 세무조사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아 신선한 충격을 준바 있다. 그 간부는 논문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조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사의 재량권을 최대한 축소해야 하며 각종 과세정보에 입각한 근거과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 납세권()으로부터 적잖은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나 그는 세무조사에 따른 납세자 권리구제 문제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 위법한 세무조사로 인한 납세자의 권익침해를 신속히 구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사후적 권리구제보다는 사전적 권리구제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적시했다. 당시 세정가는 이 같은 주장에 극히 이상적(?)학술적 논문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의 신분이 신분인 만큼 향후 우리네 조사행정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신선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국세행정 리더 층의 평소 철학이 함축된 논제였기에 우리네 미래세정을 희망적으로 본 것이다.

 

당시의 논문을 현 시점에 대입해 보면, 마치 작금의 조사행정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 15년여 성상이 무색할 정도로 어제의 해묵은 과제가 오늘날까지 미결로 남아있는 느낌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걸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세기본법상 납세자 권리헌장만 지켜 달라는 납세자들의 절규를 당국자들이 외면해온 결과물이다. 개혁방안을 내느라 부산떨 필요 없이 국세기본법만 준수하면 만사형통인 것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때로는 조사파트 관리자들의 조정력 빈곤이 조직원들의 거친 매너를 야기해 조사행정의 불신을 부른다. 세무조사 개혁에 앞서 조사행정의 품질개선을 최우선시 하는 관리자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이래서 나온다. 

 

조세정의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세정의 최대공약수를 찾는 일이야 말로 관리자들의 몫이다. 이번 세무조사 개혁방안 역시도 관리자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공염불되기 십상이다. 반듯한 국세기본법에 덧칠을 할 것이 아니라, 관리자들에게 납세자 권리헌장의 11()을 권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개혁이든, 관행이든 기본에 충실해야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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