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청 고위직 인사운용의 허와 실

연말 고위직인사 하마평 무성한 가운데
1급 마저 명예퇴직으로 조기 퇴직 예상
고급인력 경시풍조 조직 안정에도 손해
순환 위한 ‘早進 早退’인사 이젠 그만…
심재형 기자
shim0040@naver.com | 2022-12-07 09: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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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고위직 인사에 대한 세정가의 설왕설래가 연말이 다가 왔음을 알린다. 12월에 접어들자 어김없이 국세청 1급 몇 명을 비롯해 일부 지방국세청장들도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 꼬리를 문다. 이른바 후진을 위한 명예퇴직(?)이다. 국세청은 매년 연말이 되면 고위직 군()을 비롯해 세정의 중추인력인 적잖은 관리자급들이 1년에서 8개월 남짓 봉직을 하고 옷을 벗는다.

 

특히나 공무원사회의 이라 일컫는 1급 마저, 제대로 꽃 한번 피우지 못한 체 푸른 낙엽이 되어 조직에서 떨어져 나간다. 세정가는 이런 인사패턴을 즐기는 듯 관전평을 해 댄다. ”아무개가 물러날 줄 알았는데 살아났다는 등 흥미위주의 뒷얘기가 한동안 지속된다. 너무나 표피적인 안목이자, 고급인력의 경시풍조가 만연됐음을 보여주는 서글픈 사례다. 

 

지방국세청장 보임도 단발에 단기로 끝이 난다. 지역사정에 겨우 눈이 뜨일 즈음이면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지역세정을 책임지겠다는 의무감은커녕 지역현황 챙길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납세자들을 향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세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다. 지역 상공인들 뇌리엔 지역세정을 책임지는 야전사령관이란 인식보다는 잠시 머물다 떠날 인물로 각인된다. 예전, 지방청장으로 보임되면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필히 주관하던 지방청장 초청 세정간담회는 흘러간 옛말이 된지 오래다. 물론 조직의 활력을 위해 인사의 순환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세정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들이 선별 없이 퇴출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어온 정예요원들을 정작 전투에는 활용치 않는 전술(戰術)없는 전술을 보는 것 같다. 국세청 고위직 인사운용의 허()와 실()이다.

 

특히나 선진세정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보다 경륜이 풍부한 숙련공들이 필요한 법인데 가치관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풍조로 변해간다. 명예퇴직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인사시스템으로 조진(早進) 조퇴(早退)현상이 관행이 되어 이젠 사부(師父)도 부재요, 제자도 없는 경직된 조직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세청 조직 내에는 유독 인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재주가 놀라운인재((人才)학식과 능력이 뛰어난인재(人材)는 선별돼야 한다. 수장(首長)은 미래를 설계하고 관리자들은 세정의 토양을 굳건히 다지는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매금으로 엮는 작금의 명예퇴직 인사운영은 재고(再考)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국세행정은 기술행정이기에 오랜 세월 그 한 올의 행간 속에 축적된 행정의 노련미가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까운 숙련인력들이 행정기법을 후진들에게 전수해줄 기회도 없이 명퇴라는 이름하에 세정가를 떠나고 있다. 임자는 많고 갈 곳은 한정되다보니 한 자리의 적정 임기를 여러 사람으로 쪼개 앉히는 십시일반(十匙一飯)(?) 인사운영이 되풀이 되는 것 같다. 1급에 오르기까지 그들이 쌓아온 실무적 경륜을 외면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물론 인사행정 운영의 묘()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국세청 인사책임자로서는 참으로 풀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고급인력의 동시 다발적 퇴진은 조직의 안정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리그 전()’(?) 없이 모두가 결선(決選)에서 만나게 하는 현행 인사시스템보다는 재목다운 재목들이 끝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평소에 곁가지(?)를 쳐 주는 인사운용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나 명예롭지 못한 명예퇴직도 문제려니와 평생을 봉직하다 세정가를 떠나는 이들에게 자긍심마저 상실케 하는 현실은 뭔가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더구나 최근 들어 국세청 고공단의 행시 기수가 주요 경제부처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지적은 현실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선임들의 조기퇴진으로 인한 월반자(越班者)(?)가 양산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숙련이 요구되는 세무행정 측면에서 지금과 같은 인사패턴은 분명 요직 낭비요 사람 낭비다. 연말 국세청 고위직 인사에 대한 손익계산서는 손()일까, ()일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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