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사장이 가는 길
“내가 구상한 아이디어가 하나하나 실현될 때, 나는 극한의 성취감을 느낀다. 그 성취감은 때로 매출로 확인되거나, 손님들의 반응에서 확인한다. 다시 말해 내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이 세상으로 나와 구체화되고, 그 구체화가 반응을 얻는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함을 안겨준다. 어쩌면 장사도 어느 면에서는 창작과 같은 것이다.
떠올리고 고민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일련의 절차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무형에서 유형이 되고 그것이 누군가를 즐겁게 한다는 것은 유사하다. 결국 소위 ‘대박집’이 되는 건 결과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이 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
![]() |
▲장석봉 대표 |
서른 남짓에 장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본디부터 사람과 음식을 좋아했기에 발을 들이밀 때부터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 천직이라는 일을 그리 늦은 나이에 만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 없이 외길이었다. 눈 돌릴 마음도, 틈도 없었다. 매순간 호흡이 가빴고,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하나가 밀려왔다.
겉에서 보기에 나는 무난하게 삶을 살아나가는 사람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계통에 들어온 모든 사람은 안다. 무난한 외식업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맨 처음 했던 사업은, 가구 백화점에서 힌트를 얻어 시작한 카페 <머피>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손님의 기분에 따라 의자를 고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한 카페는 매장 안의 의자를 모두 모양과 색깔이 다르게 배치했다. 나만의 중요한 차별전략이었던 셈이다. 이 발상은 고객의 기호에 맞아떨어졌다. 손님이 그날 기분에 따라 의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로 창안한 나의 첫 사업은 생각보다 너무 순조로웠다.
생각해보면 갓 서른의 나이에 그런 배짱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지루하고 건조한 일상을 바꿔줄 공간으로 카페가 유행의 조짐을 보이는 시기였다. 나는 그 시류를 남들보다 조금 빨리 읽었고 곧바로 실행에 옮긴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기대 상이었다. 첫 출발이 순조롭자 욕심이 생겼다. 이번엔 카페가 아닌 한식집을 차리기로 했다.
공식적으로 이때부터가 나의 본격적인 외식업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음료수를 파는 것과 음식을 파는 것은 모든 면에서 달랐다. 메뉴만 바뀌는 게 아니었다. 규모도 다르고 인테리어도 다르고 종업원의 응대법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내 마인드 자체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이었다.
처음 한식집을 구상할 때는 도시 한가운데 있는 별장이었다. 손님들이 식사를 하면서 도심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진 별장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 자리를 빌어 말하건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실행으로 옮기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번엔 생각이 현실로 바뀌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일이다. 그만큼 정성과 노력이 필요했다. 좋은 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데다, 내가 원하는 것 역시 찍어내듯 만들어진 집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초를 다지고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시간과 기술, 그리고 정성이 더해지는 작업이었다.
벽돌이 한 장 한 장 쌓일 때마다 기도를 하는 마음으로 집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꼬박 일 년을 그렇게 기다리자, 마침내 도심 속 별장인 <청담>이 탄생했다. 완성하고 난 뒤 도심의 별장이라는 당초 계획과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장소가 생기자 나는 다소 흥분했다. 사실 이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주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한정식 집 치고는 너무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했기 때문이다.
조언을 듣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조언을 구별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숱한 고민과 준비 끝에 시작한 일을 중도에 그만두게 할 만큼 나를 움직인 조언은 없었다. 덧붙여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번화가 대로변 사거리 한가운데에 기와를 멋지게 올린 <청담>이 들어서자 근처를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됐다. <청담>의 외양은 그만큼 눈에 띄었다.
그런데 그 외양이 문제였다. 손님들은 집 밖에서 집안을 기웃거릴 뿐,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별장 같은 집이 주는 분위기가 오히려 부담감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나는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광고를 시작했다. 라디오와 TV에 <청담>을 소개했다. 투자 대비 효과를 실시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광고를 계속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저절로 실감이 났다. 끝도 없이 돈이 들어갔다.
나 역시 슬슬 지쳐갔다. <청담>은 내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내가 원했던 건,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집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친 낭만이었고 내 욕심이었다. 사람들은 <청담>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전화기를 손에 든 채 식사를 하거나, 고기가 익기를 채근하며 급하게 한 끼를 때웠다. 나는 여유를 만들었으나 손님들에게 그것이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현실과 낭만이 함께 존립하기는 어렵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프로필
저자는 현재〈더도이 종가집 돼지국밥〉 프랜차이즈 대표로 연간 100억 이상의 매출, 요식업 창업컨설턴트로 30개 이상의 성공적인 컨설팅, 경남정보대학교 호텔조리학과 겸임교수로 조리 전문가를 양성하느라 그 사명을 다하고 있다.
홈페이지 newthedoi.shinhanpos.com
메일 thedoifood@naver.com
[ⓒ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