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봉 대표의 장사꾼DNA

서정현
suh310@joseplus.com | 2017-03-20 09: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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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사장이 가는 길

 

내가 구상한 아이디어가 하나하나 실현될 때, 나는 극한의 성취감을 느낀다. 그 성취감은 때로 매출로 확인되거나, 손님들의 반응에서 확인한다. 다시 말해 내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이 세상으로 나와 구체화되고, 그 구체화가 반응을 얻는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함을 안겨준다. 어쩌면 장사도 어느 면에서는 창작과 같은 것이다.

 

떠올리고 고민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일련의 절차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무형에서 유형이 되고 그것이 누군가를 즐겁게 한다는 것은 유사하다. 결국 소위 대박집이 되는 건 결과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이 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장석봉 대표

서른 남짓에 장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본디부터 사람과 음식을 좋아했기에 발을 들이밀 때부터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 천직이라는 일을 그리 늦은 나이에 만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 없이 외길이었다. 눈 돌릴 마음도, 틈도 없었다. 매순간 호흡이 가빴고,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하나가 밀려왔다  

 

겉에서 보기에 나는 무난하게 삶을 살아나가는 사람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계통에 들어온 모든 사람은 안다. 무난한 외식업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맨 처음 했던 사업은, 가구 백화점에서 힌트를 얻어 시작한 카페 <머피>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손님의 기분에 따라 의자를 고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한 카페는 매장 안의 의자를 모두 모양과 색깔이 다르게 배치했다. 나만의 중요한 차별전략이었던 셈이다. 이 발상은 고객의 기호에 맞아떨어졌다. 손님이 그날 기분에 따라 의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로 창안한 나의 첫 사업은 생각보다 너무 순조로웠다.

 

생각해보면 갓 서른의 나이에 그런 배짱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지루하고 건조한 일상을 바꿔줄 공간으로 카페가 유행의 조짐을 보이는 시기였다. 나는 그 시류를 남들보다 조금 빨리 읽었고 곧바로 실행에 옮긴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기대 상이었다. 첫 출발이 순조롭자 욕심이 생겼다. 이번엔 카페가 아닌 한식집을 차리기로 했다.

 

공식적으로 이때부터가 나의 본격적인 외식업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음료수를 파는 것과 음식을 파는 것은 모든 면에서 달랐다. 메뉴만 바뀌는 게 아니었다. 규모도 다르고 인테리어도 다르고 종업원의 응대법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내 마인드 자체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이었다.

 

처음 한식집을 구상할 때는 도시 한가운데 있는 별장이었다. 손님들이 식사를 하면서 도심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진 별장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 자리를 빌어 말하건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실행으로 옮기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번엔 생각이 현실로 바뀌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집을 만드는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일이다. 그만큼 정성과 노력이 필요했다. 좋은 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데다, 내가 원하는 것 역시 찍어내듯 만들어진 집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초를 다지고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시간과 기술, 그리고 정성이 더해지는 작업이었다.

 

벽돌이 한 장 한 장 쌓일 때마다 기도를 하는 마음으로 집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꼬박 일 년을 그렇게 기다리자, 마침내 도심 속 별장인 <청담>이 탄생했다. 완성하고 난 뒤 도심의 별장이라는 당초 계획과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장소가 생기자 나는 다소 흥분했다. 사실 이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주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한정식 집 치고는 너무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했기 때문이다.

 

조언을 듣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조언을 구별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숱한 고민과 준비 끝에 시작한 일을 중도에 그만두게 할 만큼 나를 움직인 조언은 없었다. 덧붙여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번화가 대로변 사거리 한가운데에 기와를 멋지게 올린 <청담>이 들어서자 근처를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됐다. <청담>의 외양은 그만큼 눈에 띄었다.

 

그런데 그 외양이 문제였다. 손님들은 집 밖에서 집안을 기웃거릴 뿐,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별장 같은 집이 주는 분위기가 오히려 부담감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나는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광고를 시작했다. 라디오와 TV<청담>을 소개했다. 투자 대비 효과를 실시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광고를 계속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저절로 실감이 났다. 끝도 없이 돈이 들어갔다.

 

나 역시 슬슬 지쳐갔다. <청담>은 내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내가 원했던 건,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집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친 낭만이었고 내 욕심이었다. 사람들은 <청담>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전화기를 손에 든 채 식사를 하거나, 고기가 익기를 채근하며 급하게 한 끼를 때웠다. 나는 여유를 만들었으나 손님들에게 그것이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현실과 낭만이 함께 존립하기는 어렵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프로필

 

저자는 현재더도이 종가집 돼지국밥프랜차이즈 대표로 연간 100억 이상의 매출, 요식업 창업컨설턴트로 30개 이상의 성공적인 컨설팅, 경남정보대학교 호텔조리학과 겸임교수로 조리 전문가를 양성하느라 그 사명을 다하고 있다.

 

홈페이지 newthedoi.shinhanpos.com

메일 thedoifoo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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