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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양도소득세는 사업자들이 내는 여타 세목과는 달리 국민들과 가장 밀접한 생활세금이라는 점에서 가장 명료한 세법이 돼야 하거늘, 전문가도 풀 수 없는 고난도(高難度) 세법이 돼버렸다면 이를 납세국민이 지켜야 할 정상 세법이라고 볼 수 있겠나. 외려 국민을 우롱하고 괴롭히는 악법에 가깝다는 느낌이 앞선다. 집을 사려해도, 팔려 해도 양도세 부담세액을 가늠할 길이 없으니 출구도 퇴로도 꽉 막힌 모양새다.
오죽하면, 양포(양도소득세 업무 포기) 세무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까. 여차하면 거액의 가산세를 납세자에 물어줘야 하는 위험부담이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툭하면 바뀌는 양도세법이 도처에 지뢰밭(?)을 만들어, 자칫 발을 헛딛다가는 큰 낭패를 자초한다는 우려가 양포세무사를 양산하고 있다. 왜 이런 세법이 버젓이 활개를 치는 것일까. 한마디로 세제의 작동원리를 망각한 정계 발(發) 어설픈 개편안들이 시도 때도 없이 시행되어 누더기 세법을 만든 탓이다.
세무대리인들은 현행 양도세법을 가리켜 “고차원 방정식 보다 풀기가 어려운 형이상학적 세법”이라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양도세가 일자 별로 다르고 조정지역, 투기과열지역, 기타 지역별로 다르다. 주택도 금액에 따라 다르고, 거주요건, 보유기간에 따라 계산이 각각 다르다. 그 복잡성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다 열거하다가는 숨넘어간다는 하소연이다. 때문에 양도세를 포함한 부동산세제는 임기웅변식 땜질보다는 아예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잖아도 조세전문가들은 작금의 우리네 현실을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세제·세정은 정치권 포퓰리즘에 쉽게 휘둘린다. 이러자니 우리 세법은 조세정책 외적 요인으로 적잖이 순수성을 잃은 지 오래다. 때론 이권단체 또는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의해 ‘동내 북’이 되더니, 이제는 정부와 국회마저도 세법의 존엄성을 쉽게 짓밟고 있다.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세법 카드를 너무나 쉽게,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꺼내 든다. 졸속 입법이 조세정의를 훼손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힐 정도다.
지금 우리네 국세행정은 선진국대열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수 대부분을 국민의 자발적 성실신고로 채우고 있으며. 세수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납세자의 성실한 세금납부를 도와주는데 세정역량도 손색이 없다. 헌데 비효율적인 세제가 양산됨으로서 국세당국 업무량에도 불필요한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제대로 된 세제 하에서도 ‘운영의 묘(妙)’가 필요한 것이 세무행정인데, 하물며 앞뒤가 꽉 막힌 불합리한 세제는 납세국민을 피곤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세정의 ‘품’만 더 들게 하는 비효율을 야기한다.
국세청은 양도세 사례별 해설 안내를 계기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납세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국민이 편안한, 보다 나은 국세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하지만, ‘국민이 편안한, 보다 나은 국세행정’을 구현키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세법이 반듯해야 한다. 이쯤에서 비효율과 불평등으로 얼룩진 누더기 부동산세제도 아듀를 고해야 한다. 정부 내·외의 전문가 집단이 최선의 시안을 만들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세제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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