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창설 61년 한국세무사회’…無備有患의 교훈

지각변동 예고된 혁신 서비스 물결 속에
낡은 業圈 울타리 지키려는 안일한 자세로
언제까지 20세기형 전문가 단체로 남을 건가
변화예측 미래 준비하는 집행부 체제 아쉬워
심재형 기자
shim0040@naver.com | 2022-09-14 10: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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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99) 창설 61년을 맞은 한국세무사회. 지금은 15천여 회원을 포용할 만큼 거대 직능단체로 성장했지만 19622월 서울 명동 은행집회소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개설될 당시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했다. 첫 살림도 다른 곳이 아닌 한국공인회계사회 사무실 한 귀퉁이를 빌려 시작했다. 전체 회원수가 130여명 남짓했다.

 

초창기 회장 역시 공인회계사들이 맡았다. 그러다가 70년대 초 종로구 관철동 소재 약공회관 501호실로 분가(?)를 한다. 30여평 협소한 사무실내에 회장실’ ‘사무국이 한데 어우러져 회무를 꾸려갔다. 이때 까지만 해도 현직 공인회계사인 김 모씨가 부회장직을 맡아 실무에 깊숙이 관여했다. 서로가 동업자라는 일체감만 있을 뿐 족보(族譜) 같은 건 따지지도 안았다. 회 살림살이가 꽤나 빈곤했던 시절이다. 

 

회직자들은 회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면 각자가 호주머니를 털어 자장면으로 한 끼를 때웠다. 하지만 회무에 대한 열정만큼은 참으로 대단했다. 당시 세무사회를 출입하던 필자도 가급적 식사 시간을 피해 취재활동을 했다. 그들에게 점심 한 끼 신세(?)지는 것조차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러던 세무사회가 지금은 어엿한 서초동 자체회관에다, 15천여 회원을 포용하는 거대단체로 성장,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는 역경과 극복의 세무사사()가 묻혀 있으며, 세무시장의 열악한 환경과 세무사 직업에 대한 사회적 백안시(白眼視) 등 갖은 시련을 딛고 우뚝 선 선임 회장들의 땀방울이 스며있다.

 

이렇듯 환갑 나이를 훌쩍 넘긴 한국세무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서 세무사업계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뿌리가 적잖이 훼손되고 있음을 느낀다.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거센 파고가 밀려오는 터에 위기탈출은 고사하고 모두가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살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 변화가 요동치는 주변 환경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대안 제시보다는 세무사법에 의한 업무영역 수호에만 집착을 하고 있다. 그러자니 회원들 먹거리 창출에 역동적인 여타 자격사 단체들에 반해 세무사회의 수익창출 전략은 너무나 빈약하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연전, 금융위원회의 외부감사법 개정을 음미해 보자. 이웃 공인회계사회는 외감법 개정을 통해 명분과 잇속을 동시에 챙겼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표준감사시간제도입이다. 표준감사시간제는 회계감사보수와 연계되는 만큼 수가(酬價)의 유동화 (현실화)를 의미한다. 수십여 년 간 수임료 동결(?)로 사무실 경영이 어려운 세무사업계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 된다. 앞을 내다보는 안목과 손익계산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회계사회 수장의 출중한 혜안이 매우 돋보이는 대목이다. 또 변호사회는 어떤가. 그들 역시도 업역 확장을 위해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세무시장을 두드린다. 상황이 이런데도 세무사회의 대응은 과거의 아날로그식 그대로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요즘 세무사업계가 심한 내홍을 앓고 있는 이른바 삼쩜삼쇼크는 어떤가. 필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삼쩜삼 사업행위에 대한 불법여부를 떠나, 시대변화에 대한 한국세무사회의 안이한 대응이 너무나 아쉽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예사롭지 않은 전문자격사 영역 침해 등, 이미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태에서 낡은 울타리 지키기에 지나치게 몰두해 오지 않았나 싶다. 한국세무사회가 자체 보유한 전산시스템을 통해 납세자들의 이용이 편리한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했을 터이며, 자체 개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유수한 민간 기업과의 컨소시엄 체제를 구축 할 법도 했는데 회원들의 삶을 위한 거시적 안목의 수익창출 방안 마련보다는 빗장 걸어 잠그기에 급급해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무비유환(無備有患)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더구나 세무사법은 세무사들의 전문 업무영역 보호를 위한 성격도 있다마는 납세자들의 납세의무이행을 돕는 서비스 측면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정부정책 역시도 세무서비스에 관한한 납세자 선택권을 다양하게 넓혀주자는 것이 작금의 추세가 아닌가 싶다. 이런 세상흐름에 민감히 대처해 변화에 앞장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전문인 단체로서의 면모를 시급히 갖춰야 한다. 이미 지각변동 예고된 혁신서비스 물결 속에 낡은 울타리 지키려는 안일한 자세로 언제까지 20세기형 전문가집단으로 남을 건가. 우선 집행부부터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시대 변화를 예측, 미래를 준비하는 적임자들이 모여들어 회무를 이끌어야 한다. 이것 역시도 시대의 소명(召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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