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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활세금인 양도소득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법 해석이 워낙 난해(難解)해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볼멘소리가 연속적으로 터져 나온다. 이에 국세당국은 납세권(圈)에서 자주 묻는 양도소득세 질의·답변 사례를 쉽게 풀어서 매월 안내하고 있다.
현행 부동산세법이 조세전문가마저도 풀 수 없는 고난도(高難度) 세법으로 기피1호가 돼버리니 국세당국이 보다 못해 납세자들의 나침판 역할을 자청한 것이다.
이름 하여 “사례로 풀어보는 「양도소득세 월간 질의 TOP 10”―. 납세자는 물론 세무대리인 입장에서도 가뭄에 단비 만난 듯, 세제당국도 아닌 집행부서 법해석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자니 ‘양도세 월간 질의 TOP 10“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웃지 못 할 정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세법을 너무나 쉽게 주무르려는 세법경시(輕視) 풍조가 도를 넘고 있다. 한마디로 표(票)퓰리즘(?)에 ‘조세정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우리 세법이 ‘동네 북’인양 시도 때도 없이 두들기고 뜯어 고친다. 해마다 납세국민들의 무관심속에 갖가지 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나든다. 법은 언제나 필요에 따라 개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 세법은 조세정책 외적 요인으로 순수성을 잃어간다는데 문제가 있다. 세제 운영이 시대적 상황에 민감하기 마련이라지만 그 정도가 상식을 벗어나 아예 균형감각 상실이다. 부동산세법 같은 ‘막무가내’세법이 이래서 태동한다. 세제의 작동원리를 망각한 정계 발(發) 어설픈 개편안들이 세제권위를 송두리째 갉아먹는다. 때론 누더기 세법에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들조차 혼돈을 겪을 정도다.
특히나 근간의 변모된 세법의 모습을 보면 일련의 증오심(?)이 가득해 한(恨)이 서려있는 모양새다. 왠만한 집 한 체 소유하고 있다가는 세금폭탄을 맞는다. 소박한 보통국민도 본의 아닌 부자(富者) 계층으로 신분 격상되어 무거운 세금 세례를 받는다. 특히나 양도소득세는 사업자들이 내는 여타 세목과는 달리 국민들과 밀접한 생활세금이라는 점에서 가장 명료한 세법이 돼야 하거늘, 외려 ‘셈법’이 어려워 “천재들을 위한 세법”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국세청 세법해석에 납세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목을 맬까. 세정가 원로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입법부 선량(選良)들의 세상을 보는 식견과 전문성 결여를 조심스레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세법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 요원들의 긍지 저하와 작금의 인사패턴에 대해서도 조언을 하고 있다.
필자의 현장기자 시절, 당시 세제실 요원들의 자긍심은 유별했다. 해마다 세제개편 시즌이 되면 자신들이 디자인한 두툼한 세제개편안 보따리를 챙겨들고 대통령에게 브리핑을 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라살림 조달을 위한 세입 설계자로서의 자부심이 표정 곳곳에서 묻어났다. 애직(愛職)이 아닌 애국적 차원에서의 국가관이 뚜렷해 보였다. 세제실 인사운영 또한 신중했다. 직원 인사이동시에도 ‘터줏대감(?)’들을 반드시 현 위치에 머물게 했다. 숙련된 필수요원을 일정률 남겨둠으로서 신·구 직원 간에 세제개편의 맥이 기승전결 되도록 각별히 배려한 것이다.
그때와 달리 현재의 세제실 분위기는 대체로 어둡다는 것이 세정가의 전언이다. 과중한 업무량으로 긍지는커녕 심신이 지쳐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직무 시스템에 자부심을 심어줄만한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는 현실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기인사 시에도 다수의 인력들이 거의 교체되는 것도 업무인수인계에 부실을 유발시킨다는 지적이다.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어느 법 어느 부칙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헤맨다는 예기도 들린다. 그러자니 세제운영에 스텝이 꼬일 수밖에 없다.
세제는 모름지기 그 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정서가 함축된 한편의 종합예술이라 했다. 때문에 입법 과정은 공정해야하며, 그 결과 또한 정의로워야 한다. 입법부 선량들의 노련한 전문성과 출중한 혜안이 이래서 요구되는 것이다. 이제 조세정의를 훼손시키는 낡은 선례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국민 앞에 겸허함 보다는 인기영합주의에 함몰되거나 사시(斜視)의 눈으로 세제를 다룬다면, 해괴한 세법만을 양산시킬 뿐이다. 특히나 국민 대부분이 납세대상이 되는 부동산세법 만큼은 반듯한 세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 정의로운 세제가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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