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창립 60년 한국세무사회의 씁쓸한 두 얼굴

일부예산 단식부기 처리한 집행부
이제야 복식부기제도로 전환한다니
구시대적 사고 조세전문단체의 민낯
당국과 납세자들 앞에 체면 서겠나
심재형 기자
shim0040@naver.com | 2022-05-02 11: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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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무사회는 앞서 아젠다S-33, 2022프로젝트 추진사업으로 현재 진행 중인 7개 분야 총 33개 아젠다를 대외에 공표했. 세무사업계의 일대 혁신을 예고한 것으로 세정가는 물론 대외의 반향도 적지 않다.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 추진, 회원사무소 운영 활성화 방안. 회원 업무편의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 한국세무사회 위상제고 방안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거대한 장미 빛 설계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외화내빈의 두 얼굴을 보게 된다. 

 

핵심 추진사업 가운데 포함된 때늦은 복식부기제도 도입이다. 모름지기 조세전문가들의 복리단체인 한국세무사회에서 예산회계 상 일부이기는 하지만, ‘단식부기를 해 왔다는 사실에서 씁쓸한 민낯을 보게 된다. 물론 고유목적사업 부문에 대해 사업목적 수행에 따른 특성과 효율적인 예산관리 등을 감안해 단식부기를 준용해 왔다는 것이지만 회원들에게는 단식부기처리가 세무사회의 재무제표 해독(解讀)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래서야 회원은 물론, 납세자들 앞에 체면이 서겠나. 간혹 벌어지는 한국세무사회에 대한 관계당국의 섭섭한(?) 예우 또한 이런 사례와 무관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공표된 한국세무사회의 2022프로젝트 추진사업에 따르면, 오는 6월 정기총회에서 예산회계와 수익사업 회계를 통합한 통합재무제표가 처음으로 보고된다. 실은 복식부기 전환문제는 진즉에 업계 내에서 제기돼온 터다. 특히나 회원들에 의해 선출된 한국세무사회 감사(監事) 2명중 어느 한분은 지난 2019년 정기총회 때에도 이 문제를 지적, 이의 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바 있다. 하지만 세무사회 집행부는 세월아 내월아 하는 불변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는 누굴 원망할 필요도 없이, 시대상황에 무딘 집행부와 연간 (세입·세출)예산이 무려 598억 원에 달하는 그들의 단체 살림살이에 무심한 회원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그간 국외자들은 매년 개최되는 한국세무사회 정기총회를 보면서 집행부 따로, 회원들 따로라는 느낌을 수없이 체감했다. 차기 회장 출마를 선언하고 단상에 오른 후보자들의 열변(소견발표)에 귀기우리는 자도 드물었다. 마치 이웃 집 잔치 구경 나온 하객마냥 귓전으로 흘려버리고 곧장 투표장을 향했다. 그러곤 인물본위가 아닌, 소위 친소(親疎)관계에 있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고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심지어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본회 예산의 씀씀이에 대해서도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뱃보 큰(?) 면모를 과시했다. 세무사회 살림살이를 조목조목 꿰뚫어보라고 13천여 회원들이 위임한 감사(監事)들의 감사보고(監査報告)마저 흘려버렸다. 집행부로서는 꽃놀이패를 잡은 거나 다름없었을 게다.

 

세무사업계는 독자적인 사무실 운영으로 개별적 성격이 강한 특성이 있다. 때문에 그들의 복리단체인 한국세무사회의 존재 가치를 절실하게 못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세무사들의 대표브랜드인 한국세무사회위상이 실추될 경우, 각자도생으로 경쟁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작금과 같은 유사 자격사단체들의 끊임없는 세무시장 도전에 대비하려면, 한국세무사회가 튼실해야 그 우산 속에서 각자가 살아남는다. 회원 스스로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국세무사회가 바로 선다.

 

그런 선상에서 세무사회 집행부를 조명해 보자. 현재 집행부내에는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 임원 중 오랜 세월 회직에 몸담고 있는 인물들이 적잖다. 때론 회직이 본업인지, 세무사업이 본업인지 헷갈릴 정도다. 물론 회직을 수행하려면 경험과 경륜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려는 심리 잠재로 인해 시대변화에 대응하는 순발력과 감각은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터주 대감이 되어 새 집행부의 변화의 분위기를 소진시키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새 술은 새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옛말을 반추해봄직하다

 

내달부터, 본회를 비롯한 지방세무사회의 정기총회 시즌의 막이 오른다. 회원들이라면 임원개선 총회이든 예산총회이든, 이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진지했으면 싶다. 임원개선 총회에서는 감성(感性)아닌 이성(理性)으로 친소관계를 떠나 출중한 인물을 회장감으로 선택하는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며, 예산총회 역시도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회비가 올바른 방향으로 쓰이고 있는지, 전문가답게 감시함으로서 주어진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해야 한다. 세무사업계의 어제와 같은 내일의 반복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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