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세무사회 산하 1만5천여 회원들은 공동체인가, 개별사업자인가. 자신들의 심장격인 한국세무사회를 남의 몸통인양 무관심이다. 서로가 각자도생(各自圖生)에 그들의 권익단체의 존재가치마저 망각했는지 먼 산 보듯 하고 있다. 더구나 그들 단체의 수장을 새로 선출하는 올해 정기총회가 코앞인데 세무사업계 분위기는 너무나 무덤덤하다. 외려 관심을 표하는 국외자들이 민망할 정도다. 특히나 지금, 유사직종 자격사 단체들이 세무사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세무시장 울타리를 허물려는 현실에서 지나친 위기의식 실종이다. 여기에는 ‘한국세무사회 따로, 회원 따로’의 유리(遊離)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작금의 이런 분위기를 접하면서 “한국세무사회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하는 우문(愚問)을 또 던지게 된다.
지금 세무사업계는 회계서비스 시장의 개방으로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시대라는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바야흐로 기업경영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종합서비스의 제공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 같은 시대적 욕구에 대처키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 체제’ 구축이 절실한 시기인데 임자없는 무주공산을 연상케 한다. 거대단체를 이끌겠다며 자천타천의 회장직 도전자들은 줄을 선지 오래인데 실체적 주인인 1만5천여 회원들은 “나 몰라라”다. 앞으로 업계 명운을 맡길 후보자에 대해 나름의 검증은 해 볼만도 한데, 각자 세무사무소 손익에만 매달려 있다. 세무사회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회원을 위한 공격적인 수익창출 개발보다는 기존 업권 유지에 급급함으로서 세무사회에 대한 존재감이나 회원과의 연대의식 형성에 소홀치 않았나 싶다. 현재 처해있는 현실 인식과 함께 끈끈한 유대감이 지속돼야 하거늘,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패턴이 반복됨으로써 회원과의 관계가 '가깝고도 먼 동반자'의 처지가 된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동체 인식이 심어질리 만무다.
회직은 경영이기에 회장 자리에 오르려면 전문가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며, 적어도 업계 앞날을 내다보는 출중한 예지와 혜안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행여 회원들이 아무 검증 없이 연(緣)에 치우쳐 ‘호불호(好不好)만으로 수장(首長)을 선택한다면 그 업보는 고스란히 회원 자신들에게 돌아간다. 이들이 과연 세무사계의 잠룡(潛龍)인가 아니면 잡룡(雜龍)인가, 외부로부터의 파고에 대비할 비책과 세무사업계 미래를 책임질 뚜렷한 비전을 갖고 있나, 회원 각자가 후보감을 검증해보려는 깊은 성찰이 뒤따라야 하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분명한 사실은 ‘기본’이 덜되 있으면 ‘자격’ 역시 미달이다. 일차적으로 이런 임자들이 감히 회장 자리를 넘보게 해서는 안 된다. 회원들이 일체가 되어 주권을 행사,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작동할 때, 비로소 세무사회가 건실해 진다. 그렇지 못하면 회원들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막대한 예산만을 낭비하게 되며 애꿎은 회원들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한국세무사회는 현재 1만5천여 회원을 포용하고 있는 거대 조세전문가단체이다. 외형적인 규모만 해도 사회적 영향력은 가히 매가톤급인데 스스로의 각자도생으로 미풍만도 못한 연약한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지난날 세무사법과 관련한 대(對)국회관계에 있어서도 외려(선의의 의미에서) 압력단체로서의 위세를 견지할 갑(甲)의 위치인데도 스스로 왜소증에 빠져 납세국민에 의해 선출된 지역선량(選良)들에게 목을 맷다. 행정부 사람들, 내심 코웃음 칠 일이다. 국민의 납세계도와 세무행정의 일부분을 위임받은 세무사들이 끝까지 각자도생한다면 이들과 협력할 정부당국이 있을까? 또한 한국세무사회의 위용과 지위는 오간데 없고 납세자들에게도 존재감이 희미해질 경우, 1만5천여 회원의 앞날과 삶의 터전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예사롭지 않은 현실무대를 직시해야 한다.
조세전문가 단체의 존재감은 담대한 정책개발에서 나온다. 때문에 공익과 존재가치의 조화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리더가 절실한 것이다. 그런 참된 리더를 택하려면 회장 후보에 대한 회원들의 감별력이 매우 중요하다. 회원 개개인이 자의식(自意識)을 되찾지 못하고, 끝 모를 각자도생이 이어진다면 그들 단체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기에 곧 다가올 한국세무사회 정기총회에 즈음해 회원들에게 또 한 번 묻고 싶다. “한국세무사회는 과연 누구의 것이며,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