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세

편집국
news@joseplus.com | 2017-09-06 12: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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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ost heaven, West Virginia, Blue ridge mountain, Shenandoah river, Life is old there, older than the trees, Younger than the mountains, blowing like a breeze”
(천국과도 같은 곳, 버지니아 서부 , 블루리지 산과 셰넌도어 강. 그곳에서의 삶은 오래되었네, 나무들보다 오래되었고 산들바람 불어오는 산들보다는 어리다네… )

 

 

자신이 사랑했던 콜로라도 주의 수도인 덴버를 본 따서 자신의 이름조차 바꾼 존 덴버가 불러 크게 히트한 ‘Take me home country road’ (고향으로 나를 데려다 주오)의 가사 중 일부이다. 고향을 그리는 노래로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즐겨 부르고 있다. 인간이 태어난 곳이 고향이고 인간은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다.

 

여우가 죽을 때 자신이 태어난 굴이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 이나 고향에 가야 나을 수 있는 향수병(homesickness)과 같은 말들은 인간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대표적인 말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의 안식처인 고향에 대한 애착심이 유달리 강하고 귀향본능이 뿌리 깊게 박힌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먹고 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어느덧 고향은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었건만 출향민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귀향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늘 가슴 한켠에 지니고 살아간다. 

 

마을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만이 북적거리는 고향에 요즘
50~60대 베이머붐 세대들의 귀농귀촌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고향을 살리려는 마음과 재정자립도를 높이려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곳도 일부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인구감소와 노령화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들이 부족한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고향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고향세는 자신의 고향 또는 자신이 원하는 지자체에 특정 금액을 기부하면 소득세(income tax)와 주민세(residents’ tax)를 기부금액과 근접하게 공제해주는 제도로 말만 세금이지 사실상 세금 감면혜택을 지닌 일종의 기부금이라 할 수 있다. 

2008년 ‘고향납세제’ 이름으로 고향세를 처음 시행한 일본도 출발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체 수입보다 고향세가 많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일본은 기부 주체를 개인에서 기업으로 확대하는 ‘기업형 고향납세제’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2년 연속 기부액 전국 1위를 차지한 미야코노조시는 고품질 축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함으로써 유명해졌고, 다른 지역에선 농축산물 외에 지역내 산업체에서 생산한 부품을 사용한 가전 제품을 제공하는 등 답례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등 고향세 제도가 정착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진 등 자연재해를 당한 지자체에 고향세가 대거 몰려 우리의 수재민돕기와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고향세를 둘러싸고 답례품 경쟁이 과열되는 부작용이 있어 기부액의 30%를 넘는 농축산물이나 환금성이 높은 상품권, 가전제품 등을 답례품으로 보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고향세 규모가 커졌다.

 

일본처럼 심한 인구절벽과 농어촌 공동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계획 100대 국정과제 중 75과제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 항목에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가 담겨 있지만 아직 구체적 방향제시와 뚜렷한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눈여겨보면 새 정부는 ‘고향사랑기부제법’을 제정해 ‘지방재정 보완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지방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의견수렴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고향사랑기부제를 내년부터 시행하고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에 기부금을 낼 경우 이듬해 연말정산 때 소득세를 되돌려주는 등 대부분 국세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07년부터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못주는 지자체들의 열악한 재정자립도의 심각성을 깨닫은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고향세 도입 논의된 적 있으나 수도권 의원들의 반대로 좌절된 국회도 올해 들어 고향세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고향세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거주자가 지자체에 고향기부금을 기부한 경우 이를 종합소득 산출세액에서 세액공제하면 정부수입의 감소가 예상된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등 법안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도·농 의원들 간의 관점의 차이와 지역간 차별의 극복이라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 농어촌 공동체의 복원이라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국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설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고향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고향세는 대도

시와 지방의 재정격차를 완화하고 농어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지역균형 발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납세자의 조세 납부지역 임의선택은 조세원칙(principles of taxation)을 위배하고 지방세의 소득공제 분담으로 인한 지역간 세원의 수평적 이동은 지방자치 원칙 및 납세자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창호 영어칼럼니스트
따라서 염 교수는 “일본의 고향법을 보완해 지역별 소득공제율을 차등화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고향세가 집중적으로 납부되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고향을 떠나 살면서 언제가는 돌아가길 간절히 원하고 있는 도시인들로선 고향이 황폐화되고 무너지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만큼 공동세(joint tax system) 등의 다른 대안을 찾는 것보다 고향세 도입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가 싶다.

 

 고향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그리움과 무한 귀소본능을 토대로 한 고향세가 일본처럼 하루빨리 정착되어 온 나라가 균형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동력이 될 뿐 아니라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과 그 자손들에게는 통일에 대비한 재원마련에 토대를 제공할 수 있는 획기적 사고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고향세 도입과 함께 살기 좋은 고향이 되어 청년들이 돌아오고 아이들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오길 간절히 바라면서 다시 한번 존 덴버의 노래를 읊조려 본다

   

“ Country roads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시골길이여 나를 집으로 데려가주요. 나의 보금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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