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호의 영화 리뷰] <노무현입니다>

서정현
suh310@joseplus.com | 2017-07-22 08: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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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국민들은 우두망찰했다. 국가 원수의 ‘자살’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말없이 기대고 싶은 아버지와의 이별통보였다. 불식간에 저며오는 먹먹함과 함께 그를 보내고, 그리워하는 과정에서 눈물은 원통함으로 변해갔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다시 자극했다. 그의 정치철학을 들여다보고, 험난했던 ‘동서화합’의 길을 확인하며, 울고 웃게 만들었다. 영화의 입소문은 여느 다큐영화와는 달랐다. 다큐영화 사상 ‘최초’로 최단시간 10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 저력에는 의당 ‘노무현’이라는 시대적 소재가 큰 몫을 차지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새 시대를 열어가며, 84%의 역대 ‘최대’ 지지율을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의 교차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나라다운 나라, 살맛나는 세상에의 염원이 정서적 축을 이룬다. 노 대통령 주변인들의 생생한 육성을 통한 그의 삶의 가치에 대한 공유는 공감대로 작용한다. 미처 알지 못한, 알았으되 인정하지 않았던, 인간 노무현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하게 되는 그것. 이 영화가 지닌 힘이다. 


다큐장르 특성상 편집의 초점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기에 전체 중심에 편집이 차지하는 역할은 막중하다. 진실과 거짓을 작위적으로 교차시킬 수 있는 창작의 치명적인 기술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얼마나,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자 핵심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노무현입니다>는 연출과 편집이 강점이다. 시작과 끝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드러내고 싶은 속내만 고스란히 전달한다. 군더더기 없는 영상미학이 다큐멘터리의 현장감을 살리며, 관객과의 호흡을 나란히 한다.

 

  

영화는 노 대통령 가치철학을 한 뿌리의 두갈래로 나눠 설명한다
하나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요원인 이화춘씨가 말하는 인권변호사 노무현이다. 이미 <변호인>의 송강호를 통해 알려진 부산학림사건(부림사건)은 1981년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반국가단체의 죄목을 씌운 반인권적인 사건이다. 민주화세력의 제거가 주된 목적으로 불법감금과 고문의 자행 뒤에는 군부독재가 있었다. 서슬 퍼런 시대 이러한 상식 밖의 현상에 대해 바른 소리를 서슴없이 내뱉는 그는 뼛속부터 ‘소신론자’다.


적당히 타협하면 오히려 신분상승의 날개를 달 수 있는 세상을 무시한다. 인간 노무현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로서 예정된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누구나 평등하고, 소외
받지 않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행동하고,고뇌한다. 그를 감찰하는 안기부 요원에게 광
주민주화항쟁 관련 자료를 건네는 무모함. 현상의 본질을 세상에 알리고, 바로 세우기 위
한 그만의 몸부림이 이화춘 씨를 통해 느껴진다. 이 씨가 떠난 그를 추억하며, 눈시울을 붉
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는 다른 갈래에서 정치인 노무현을 이야기한다. 그가 걸어온 길을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안내해준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시절부터 그의 정치 이력을
빠르고 리드미컬하게 표현한다. 14대 국회의원 선거 부산 동구 재선 실패, 1995년 부산 시
장 낙선, 15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종로구 낙선을 비교적 가볍고 희화적으로 묘사한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수식어를 있게 한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선거의 민낯을 보여준
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동서화합’을 위해 선택한 부산에서 그는 상대 후보의 ‘동서불협’에
결국 고개를 떨어뜨린다. 영화의 골격인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은 스릴과 서스펜
션이 버무려져 있다. 

 


특히,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탄생과 활약은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당시 짐작하지 못한 그들의 진정성에 놀라고, 인간 노무현을 향한 맹목적인 지지와 사랑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2% 지지율을 경선 승리로 이끌었던 주역들, 지역 경선 때마다 흘린 그들의 눈물은 ‘희망’이다. 영화는 노무현 후보의 연설 장면에 공을 들인 듯하다. 그때는 몰랐을지라도, 지금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역력하다. 흔들림 없이 ‘동서화합’을 외친다. 


“장인이 좌익이었다고 지금의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대통령 후보를
그만 두겠습니다.”

 

▲최종호 영화를 사람하는 사람

정치적 모략에 진심으로 응대하는 그의 기지는 단호하면서 슬프다. <노무현입니다>는 인간 노무현이 지니고 있는 삶의 무게를 설핏 비춘다. 올곧고 강직한 그의 모습 뒤꼍에 있는 쓸쓸한 고통을 차분히 전달한다.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 할 사람들, 자신이 가는 길에 창을 던지는 사람들, 가늠할 수 없는 침통은 짊어져야 할 숙명적 무게였음을 짐작케 한다.


지난한 인생의 협력자로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유서를 읊는다. 그리고 해석한다.


“간결한 문체의 유서에서 평소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이 느껴집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낸 노무현 대통령. 오로지 국민, 동서화합, 평등만을

 

외치며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꿈꿨던 인간 노무현. 침잠의 늪에 빠져 좌표를 잃어버린
지난 9년의 대한민국에는 그의 소신이 간절했다. 그렇게 떠나도록 외면해버린 우매한 국민들은 후회하며, 사죄한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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