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칼럼] ‘실업률’이 수상하다

편집국
news@joseplus.com | 2017-12-21 13: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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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본사 논설고문, 

 前 한국기자협회장

고대 중국의 약소국이었던 제(齊)나라를, 대륙을 호령하는 패권국으로 만든 명 제상이 있다. 관중(管仲)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통치철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백성은 곳간이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풍족해야 영예와 치욕을 안다.” 관중의 통치철학의 핵심은 바로 백성을 잘살게 만드는 데 있었다. 아무리 군사적으로 부강해져도 백성이 잘살지 않으면 그 나라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정확히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이 동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자는 25만 명 증가하는 데 그치며 2개월 연속 30만 명을 밑돌았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효과가 연말이 되도록 가시화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추가경정예산을 들여 모집한 공공부문 채용으로 청년실업률은 오히려 더 악화되는 추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청년 체감실업률 21.4%, 2015년 통계작성 이래 최고치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천684만5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만3천명(1.0%)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2개월 연속 30만 명을 밑돈 것은 지난해 12월∼올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7만 명(2.8%) 늘었다. 반면 임시근로자는 9만5천명(-1.8%), 일용근로자는 3천명(-0.2%) 각각 감소했다. 자영업자는 4천명(0.1%) 늘고, 무급가족종사자는 2만3천명(-2.0%) 줄었다.


실업자는 87만4천명으로 지난해보다 2만 명(2.3%) 증가했다. 실업률은 3.2%로 0.1%p 올라갔다. 동월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1월 3.3% 이후 최고치다. 청년실업률은 9.2%로 전년보다 1.0%p나 상승했다. 현재 방식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래 동월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청년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1.4%로 지난해보다 0.1%p 상승했다. 이 역시 동월기준으로 2015년 통계작성 이래 최고치다.


대통령 집무실에 걸린 ‘일자리 상황판’ 표시내용 궁금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12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천명(0.2%) 늘었다. 지난달 휴직 인구는 172만3천명으로 지난해보다 21만9천명(14.6%) 증가했다. 청년층은 30만4천명으로 21.8% 급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후 2시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년고용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20대 후반 인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도록 3조 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모든 정책적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면서 “청년고용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내년 1월 중으로 청년고용 상황과 대책을 점검하는 청년고용점검회의를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집무실에 걸린 일자리 상황판에 나타난 표시내용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개 창출 제시
대통령의 청년일자리 걱정이 나온 날 정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새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을 보고를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한다는 새로운 산업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업,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등 주력산업과 함께 신산업도 성장시키고 대기업과 수도권에 편중돼 있는 기존 산업정책에서 벗어나 중견·중소기업 상생발전 및 지역성장 지원 등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우선 정부는 신산업 창출을 위해서 미래 모빌리티 사회, 초연결 사회, 에너지 전환, 수명 연장과 고령화, 4차 산업혁명 등 5대 선도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손보겠다는 방침이다. 또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기술 개발에 1천445억 원을 투자한다. 4차 산업혁명 선도 분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3천억 원 규모의 민관 공동 펀드도 조성된다.


작금 혹독한 불경기와 취업난, 결코 그 원인 간단치 않아
또 2022년까지 글로벌 중견기업을 육성해 매출액 1조 원 이상의 중견기업을 80개로 늘리고, 전기차 보급대수는 35만 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대진 산업정책관은 “산업구조 쏠림은 ‘성장의 착시현상’을 야기했다”면서 “과감한 정책 재설계를 통해 ‘산업→일자리→소득’으로 이어지는 성장의 톱니바퀴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청사진을 두고 나무랄 계제는 아니지만, 신실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가 후퇴 중에 갈증을 호소하는 휘하 장졸들에게 매실(梅實)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금세 입안에 침이 괴어 갈증을 풀었다는 ‘망매해갈(望梅解渴)’이라는 고사가 있다. 지쳐 쓰러진 국민들에게 “저 산 너머에 매실나무숲이 있다”고 소리치는 조조의 망매해갈 수준의 단순한 방책으로 해결되리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기대다. 작금의 혹독한 불경기와 취업난은 결코 그 원인이 간단치가 않다.


‘민생파탄’ 정직하게 바라보고 정책 과감하게 수정 보완해야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 편에 나오는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는 말을 상기할 때다. 국가가 백성에게 생업과 소득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백성은 어쩔 수 없이 타락하게 되고, 그로 인해 범죄에 빠진 백성을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백성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당장 불황과 실업에 짓눌리고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5년 뒤 30만개 일자리’ 무지개가 무슨 약발이 먹힐 것인가.
최근의 유례없는 경기침체는 그 원인이 깊고도 넓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최저임금 폭등, 사정정국으로 인한 민심 위축, 안보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피폐가 덧나게 만들고 있는 ‘민생파탄’의 현실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정책들을 과감하게 수정 보완해야 한다. 지친 서민들이, 자영업자들이, 청년들이 차례로 쓰러져가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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