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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한국세무사회 30대 집행부가 세무사업계 ‘56년 한(恨)’을 푸는 역사적 쾌거를 이룩했다. 오매불망 세무사업계의 오랜 숙원인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격 자동부여 규정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급기야 8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변호사에게 덤으로 주던 세무사자격 자동부여제도의 종말을 고하는 실로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이 법안은 세월로 따지자면 지난 56년간 세무사들의 자존심을 짓밟아온 한(恨) 맺힌 응어리다. 그러니까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덤으로 끼어주는 현행 세무사법은 1961년 한국세무사회 창설 때부터 이어진 제도다.
세무사업계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세무사법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은 1978년―. 당시 최기덕 세무사회장은 세무사에 대한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정착되자 ‘세무대리 일원화’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을 서둔다. 결국 이 법안은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를 거쳐 국회에 상정되고, 1978년 12월 5일, 급기야 세무대리 일원화를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재무분과위원회(현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다.
지금 같은 ‘명목상’의 세무대리일원화가 아닌, 명실 공히 세무사만이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올라간 것이다. 이제 법사위만 통과되면 세무사들의 한(恨)이 풀리는 순간이다. 그 당시 세무사회 임원들은 오랜 세월 가슴에 맺힌 숙원을 이뤘다는 감격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그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법사위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는 세무사회에 입회를 안 해도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세무사법을 수정, 통과시킨 것이다. 그만큼 국회 안팎 율사들의 ‘파워’가 막강했다.
오늘날까지 동 업계의 한(恨)이 된 역설적 운명도 이때 잉태된다. 변호사들의 위력에 밀린 세무사업계는 ‘힘에는 힘’이라는, 이른바 힘의 논리에 함몰되어 ‘변호사’ 출신 정치인을 회장으로 옹립키 위해 ‘세무사 회장 하실 분!’을 찾아 나선다. 급기야 다음 해 정통 세무사인 최기덕 회장을 퇴장시키고 그 자리에 변호사를 앉히는데 성공 한다. 당시에는 ‘변호사는 곧 세무사’라고 외치며 그들을 황제처럼 받들어 모셨다.
이처럼 세무사계의 과거사(史)를 돌아볼 때, 그들의 오랜 한(恨)은 그들 스스로 불러들인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변호사를 세무사업계의 수장(首長)으로 모셔온(?) 사람이 바로 세무사들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제 세무사들은 “변호사는 세무사가 아닙니다!”라고 떳떳하게 말 할 수 있는 세상(稅上)을 맞이하게 됐다. 그만큼 납세자들에게는 명실상부한 조세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해줘야 할 책임이 부여된다.
요즘 과세행정에 적잖이 불만을 나타내는 납세자들은 세무사들 또한 자신들의 진정한 조력자로 생각하질 않는다. 그동안 납세자를 일개 거래처로 치부했을 뿐,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관계구축에 소홀히 해온 때문이다. 이제 납세자들에게 한발 가까이 다가서려면 세무 숙련자로서 납세서비스의 질(質)을 한층 높여줘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업계내의 패러다임도 과감히 바꿔야 한다. 지난날 ‘강자의 힘’에 의해 숙원이 좌절됐다지만, 이제는 정연한 논리로 승패를 가르는 지혜와 무장이 필요하다. 세무사회 집행부도 여론으로부터 힘이 나오도록 논리개발에 머리를 짜내야 한다. 매사 국회에만 목을 매는 과거의 ‘모드’도 버려야 한다, 그럼으로써 납세자 마음속에 세무사가 차고 들어앉아야 한다. ‘세무사의 힘’은 국회나 정치권이 아닌 납세자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세무사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내년 6월, 세무사들은 그들의 정기총회장에서 화기애애한 가운데 잔칫집 분위기를 만끽 할 것이다. 창립 57년 만에 맞게 되는 경사에 각계 시선도 쏠릴 것이다. 이창규 회장의 노력도 많았지만, 그의 운세(運勢) 또한 괜찮은 모양이다. 모처럼만에 세무사업계에 봄기운이 활짝 찾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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