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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전인가, 세무사업계의 심기를 몹시 건드리는 불상사가 터진 적이 있다. 국세공무원들의 세무비리 발생과 관련, 그 원죄가 세무대리인에 있는 양 그들을 세무비리의 온상으로 몰고 간 당시 국세청장의 발언에 세무사업계가 뿔이 난 것이다. 그 청장은 다른 장소도 아닌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작심한 듯 세무사들을 몰아 세웠다. 그는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통해 ‘비리세무사 척결’ 방침을 여러 번 외쳤다.
이에 세무사업계는 발끈했다. “손 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세무사 한쪽만을 떼어내 ‘맹폭’(?)을 가한 것은 ‘갑’의 횡포나 다를 바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러한 처사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세정운영에 있어서도 결코 득(得)될게 없다고 항변했다. 조사요원들의 특단의 윤리관을 동시에 상정해 놓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했다. 납세권(圈) 역시도 국세청의 이 같은 기조에 설득력이 미약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 세무사들도 ‘나무는 보고 숲은 못 보는’ 격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얼마 전 국세청과 한국세무사회가 체결한 업무협약(MOU)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깨끗한 세정, 세무환경 조성에 공히 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 진즉에 얼굴을 맞대야 했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갑(甲)의 행세를 하던 국세당국의 변화에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금의 국세행정 기조를 보면 조사요원은 물론 일선직원 마저 납세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이런 완충지대가 곧 세무사들의 업무영역이다. 이렇듯 세무사들은 세정 최 일선에서 국세당국과 납세자간 중간 위치에서 세정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엄연한 우리네 납세환경의 현주소다.
현재 한국세무사회가 포용하고 있는 회원 규모는 1만2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거대 직업군(群)으로 불어난 세무사회를 보면서 이제 세무사계도 별의별 인성(人性)의 소유자들이 다 모여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만큼 동 업계에 미칠 수 있는 위험요소도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고 어느 조직사회든 식구수가 많다보면 크고 작은 불미스런 일이 늘 따라 붙는다. 때론 회원 일각의 돌출행동이 업계전체의 물을 흐리는 예기치 못한 상황도 발생한다. 국세청 내 극히 일부의 조사요원들이 세무비리에 연유되어 국세청조직 전체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사례와 같다.
이런 관점에서 국세당국과 세무사계는 특단의 직업윤리가 강조되는 시점에 서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국세행정과 거구의 세무사계가 큰 탈 없이 굴러가는 것을 보면 아직은 건전한 세력들이 대거 주축이 되어 중심을 잡아가고 있음이다. 더구나 작금의 세정환경은 복잡다기해 이젠 세무사 없는 세정운영은 생각지 못할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세정의 절대부분이 이들에게 계속 위임되고 있으며 납세자들도 세무대리인의 조언에 의해 자신들의 납세의사를 결정짓고 있다.
어느 사회분야든 그 속을 너무 현미경적 사고로 들여다보면 정작 봐야 될 것을 놓치는 수가 있다. 가끔 거론되는 세무사계 세무비리 스캔들 역시도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세무사계를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모두가 준 공적(準公的) 직업인으로서의 의무감을 지니고 있다. 과거 국세행정 개혁을 주도했던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은 물론, 다수의 그룹들이 건전한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세무사에 대한 사회적 위상을 높여 나가고 있음을 본다. 원칙과 거리가 먼 고객(납세자)의 주문에는 거래를 끊는다는 각오로 과감히 비토를 놓고 있다.
지금 세무사계는 전반적인 국내경기 불황으로 사무실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제외적인 요인으로 이들의 기(氣)를 꺾는 일은 서로가 경계해 줘야 한다. 건전한 직업윤리를 잃지 않도록 충고와 함께 격려도 보내 줘야 한다. 작금의 국세당국과 한국세무사회의 파트너 십 복원에 납세권(圈)도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세무사 대접해서 결코 남 주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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