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조세심판원, 납세자가 그리도 우습게 뵈나

감사원 감사로 본 이현령비현령 운영실태
조세심판관·조사관 자격요건 미흡도 한몫
정부, 심판원조직 강화 심판기능 되살려야
납세자 홀대하는 기구 존치시킬 필요 있나
심재형 기자
shim0040@naver.com | 2022-05-30 10: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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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을 진정 납세자권리구제 기관이라 말할 수 있나?”. 최근 조세심판원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사 결과 나타난 여러 정황은 이 기관의 존재의미를 새삼 의심케 한다상임심판관 퇴직으로 공석이 된 조세심판관 직위에 하급자인 조사관을 직무대리로 발령하는가 하면, 조세심판관 직무대리 중인 조사관이 자신이 조사한 심판청구 사건에 주()심판관으로 참여, 스스로 심리하고 결정함에 따라 행정심판의 공정성과 합법성마저 훼손한 사실도 밝혀졌다

 

최근 6년간 무자격 조세심판관 직무대리 7명이 무려 43백여 건을 심리·의결했는가 하면, 직접 조사한 심판청구 사건을 스스로 심리·의결한 안건도 2천여 건에 달했다. 심판업무에 대한 함량 미달이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신분이 뭔지도 모른 체 납세자를 우스운 존재로 봐온 게다.

  

조세심판원은 부당하고 억울한 세금으로부터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과세관청으로부터 독립된 납세자 권익기관이다. 억울한 세금에서 벗어나려고 심판원을 노크하는 납세자로서는 참으로 마음 든든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무대리인들 또는 납세자 장본인들의 입을 통해 들리는 국세심판원의 돌아가는 정황은 이와 상당한 괴리가 있었던 터다. 실제로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려 보면 회의감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개선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는 얘기다. 일부 종사자에 국한된 사례이기를 바라지만, 아쉬움의 파장이 꼬리를 무는 것을 보면 가볍게 흘려버릴 사안이 아닌 듯싶다.

 

실은 조세심판관 등 실무종사자들의 자격요건 문제는 납세당사자 또는 세무대리인들에게서 진즉부터 제기돼온 터다. 심판결정에 절대적 위치에 있는 국장급의 법적 자격요건을 보자.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조세심판관은 조세.법률.회계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으로서 조세에 관한 사무에 일정 기간(4급 또는 고위공무원단은 3년 이상, 5급은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 외 변호사·공인회계사 등의 자격자는 10년 이상 재직경력을 자격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중 조세사무 경력자들의 자격요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여론이 만만찮다. 이런 일천한 경력으로는 심판은커녕 다양한 세목의 복잡한 불복쟁점의 이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얕은 경험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세정가 조세전문가들의 현장소리에 귀를 기우려보자. 대형 회계법인에서 신입사원이 입사해서 업무를 숙지하고, 바로 차상급 매니저 회계사가 되려면 적어도 5~7년 도제(徒弟)수업을 받는다. 이 사람들은 이미 세법과 회계학을 대학에서 몇 년씩 공부하고 다시 시험공부를 2~3년씩 하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인데도 말이다. 이래서 전반적으로 세무를 이해하려면 사실상 10년 정도의 경력이 요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보편적 견해다. 심지어 국세청에서 실무와 이론을 두루 섭렵한 국장들이 아닌, 단순 행정고시 출신 국장들의 회계학 실력도 일천하여 업무수행에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세법은 세법전을 보며 공부를 할 수 있어도, 회계학이나 원칙은 거의 공부할 기회가 없다는 얘기다. 회계학을 이해한 연후에 그 다음 세법조정으로 들어가는데 기본을 모르면서 세법을 공부해봤자 수박 겉핥기라는 얘기다. 백번 양보해 5년 이상으로 늘려야 전문성을 감당할 지 말지라는 것이다. 또 사무관급은 어떤가, 실제로 사건조사서를 손수 검토하고 작성하는 실무자들은 사무관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자격요건은 실무경력 5년 이상이다.

 

심판결정에 단초가 되는 사건조사서를 실제로 검토하고 작성하는 자의 자격요건으로는 너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변호사 등 외부 심판관 중에도 법은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지만, 세법 아래 단계의 회계학이 일천하여 심판청구회의에서 엉뚱한 발언을 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세법실무나 회계기초에 어두운 내· 외부 심판관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납세자를 하대(下待)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납세자들은 이들이 결정한 대로 세금을 내야 하는 판이니 이런 불충(不忠)이 또 있을까. 조세심판원의 권위가 공허해진다.

 

각설하고,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국세심판원은 달라져야 한다. 환골탈태하는 각오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야 한다. 과세관청의 세법해석과 적용에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이를 지적하고 조속히 시정하여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는 당연한 책무를 다 해줘야 하며, 이에 걸맞게 소양도 겸비해야 한다. 정부당국 역시도 이들의 자격요건을 한층 강화, 납세자 권리구제에 빈틈이 없도록 관심을 쏟아줘야 한다. 조세심판원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으로 자의적 심판업무를 운영한다면, 납세자들에겐 더 이상 믿을만한 기구가 못된다. 조세심판원의 존재가치가 무의미 하다면 굳이 존치시킬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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