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7아이언맨’ 브랜드 네이밍 비하인드 스토리

편집국
news@joseplus.com | 2017-12-18 07: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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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브랜드 네임이 고객을 열광시킬 수 있을까? 이는 기업 CEO, 혹은 새 상품을 기획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안일 것이다. 잘 지은 브랜드 하나가 회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아온 터다. 하물며 법인을 설립하고 첫 상품을 출시하는 입장이라면 그 법인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모두 담아내고, 신설법인의 불리한 여건들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는 ‘브랜드 네이밍’이야말로 신설법인 성패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브랜드 네임은 단순하고, 가능한 짧고 강하며, 기억하기 쉽게 만들어야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러한 네임들이 범람하면 반대로 색다르고 재미있는 긴 브랜드 네임이 눈에 띨 수도 있다. 최근 편의점 문화로 대변되는 1인소비시대(혼밥족)가 유행하면서 상품 네이밍 전략도 변화되고 있다. 혼자 고르지만 따뜻한 대화에 목말라 있는 혼밥족은 사람 냄새 풍기는 브랜드 네임이 먹힌다.

 

예를 들자면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네”, “인생의 즐거움은 ‘1Day 1Game, 1회용/즉석식, 모바일 홀인원 보험’이라는 상품 컨셉과 포지셔닝을 잡고, 어플(APP)개발사를 선정하여 상품 설계에 들어간 후에도 마지막까지 결정하지 못한 것은 상품명, 그러니까 브랜드 네이밍을 최종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네이밍작업이 끝나야 로고/CI가 확정되고, 이 디자인에 따라 홍보를 할 수 있기에 조바심도 났으나 절대로 서두르지 않았다. 획기적인 네이밍이야말로 신규 시장 진입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기존 메이저사(오프라인-월 보험료 형태의 홀인원 보험)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촉박한 어플(APP)개발 일정에 쫓긴 어플 개발담당 김 사장의 성화로 상품컨셉작업과 포지셔닝을 함께 논의하고 있던 ‘M사’의 Y부장을 포함해 셋이 몇 번의 미팅을 가지며 상품명 후보작들을 좁혀가던 중, 우연히 “7아이언맨’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 듣는 순간 “바로 이거야!”하는 느낌에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며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곧바로 반대의견이 나왔다. “아이언맨이면 아이언맨이지 왜 7아이언맨이냐?”, “남자만 골프 치는 것도 아닌데 왜 맨이냐? 그냥 7아이언으로 가자!” 등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나서서 일단 ‘7아이언맨’으로 하고 일주일간 숙성 기간을 갖고 다시 모여 논의키로 하고 헤어졌다.


일주일 후 세 명이 다시 모여 “오늘은 정말로 더 늦출 수 없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각자 의견을 내고 결론을 도출키로 하였다. 처음부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나는 ‘7’자를 중심으로 지금 사용하는 ‘CI/로고’까지 어느 정도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던 터라 어느덧 ‘7아이언맨’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두 명이 비토하는 형태의 토론 분위기였다. 반대의 이유는 대략 지난번에 지적되었듯 ‘7’의 이미지가 빠징꼬를 닮아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단어 조합이 너무 길다, 맨을 대체할 성 중립적 용어가 좋겠다 등이 주요 논지였다.


어느 정도 의견들을 들은 후, 내 의견을 피력했다. 첫째로, ‘7’처럼 세계인이 좋아하는 숫자가 있느냐? 둘째로, 모든 골퍼는 ‘7아이언’으로 골프에 입문하지 않았느냐? 셋째로, 실제 ‘7아이언’이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온다는 통계가 있다. 그리고 ‘맨’의 사용에 대해서는 “그러면 ‘Mr 피자’는 남자만 먹습니까?”이 질문 하나로 잠재울 수 있었다. 나의 강력한 의지로 ‘7아이언맨’이라는 명칭이 결정되고 나니 나머지는 의외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CI는 그 자리에서 내가 종이에 볼펜으로 쓱쓱 그린 것이 반응이 좋았다. 7자를 홀 컵에 꽂힌 깃발처럼 표현하고, 홀 컵 주변을 동그랗게 맴돌려 ‘Hole in one’이라고 적고, 역동적 느낌의 깃발에는 ‘7아이언맨’을 넣어 CI의 정체성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이 모든 아이디어는 그 자리에서 일사천리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모바일 웹 주소는 www.7ironman.com으로 결정하고 등록하기로 하였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 관계로 내가 그린 그림을 기초로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으며, E-mail로 의사결정 정보를 주고받자고 하고 헤어졌다.


사무실로 복귀한 후 인터넷에 ‘아이언맨’을 쳤더니 방패 든 젊은 아재(?)들과 영화소개물이 넘치고,
‘7아이언’을 쳤더니 유명 골프채 광고물이 넘쳐났다. 아뿔싸! ‘7아이언맨’에서 단어 하나라도 뺐다면 어찌 되었을까? 키워드 광고를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면 정말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며칠 후, CI(아이콘)디자인이 메일로 전송되어 왔는데, 아무리 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7’자가
너무 단조롭고 밋밋하여 뽀빠이 팔의 건강한 남성미를 나타내고자 했던 내 의도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종일 무거운 마음으로 일을 보던 중, GS그룹 CI가 생각났다. 언젠가 신문기사에서 GS그룹 CI가 유명한 영문글자체를 그대로 사용하여 고유 상표로 인정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불거졌던 기억이 불현듯 생각났다.

 

▲  엄명용 7아이언맨 대표

MS워드의 글자체에서 찾아보기로 하였다. 숫자’7’을 써놓고 글자체를 바꿔가며 하나, 하나 치다 가 눈이 번쩍 뜨이는 글자체가 있었다. 바로 ‘스탠 실(STENCIL)체’로 100여 가지 글자체 중에서도 아주 하단에 배치되어 있었다. 글자를 확대시켜보니 정말 내 의도와 많이 닮아 있었다. 꼼꼼한 성격의 한상수 지점장의 도움을 받아 약간의 덧줄과 윤색을 하여 디자인 작업을 하는 김 사장에게 보냈다. 글자체까지 정확히 명기하여 몇 번 더 메일을 주고 받은 후 확정된 것이 바로 지금의 CI/로고이다.

 

다행히 이렇게 확정된 CI/로고(아이콘)는 보는 사람마다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주고, 이때마다 마치 내가 칭찬받는 듯한 일체감을 느끼곤 한다. 이제 독자 여러분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7아이언맨/www.7ironman.com’ 네이밍 어떻습니까? CI(아이콘)는요? 정말 참신하고, 기억하기 좋고, 국제적 감각(발음, 표기 등)이 돋보인다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모바일환경에 최적화되었다고요?

 

사족: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아니 세계최고의 네이밍 롯데(LOTTE / 입속의 연인)
·인문학적 감수성이 담긴 세계인이 공감하는 명칭(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여주인공)
·‘껌’이라는 상품의 속성과 ‘입속의 연인-롯데’를 절묘하게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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