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연의 호주이야기] 호주의 교육환경?

편집국
news@joseplus.com | 2018-03-04 22: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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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아이들 교육시키기는 어떤가요?”
지인 혹은 친구들로부터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교육환경을 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그들에게 되묻는다.
“만약 호주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킨다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들은 조금 당황하고 머뭇거린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한국에서의 부모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대학에 입학하고, 한국에서보다 조금더 수월하게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나에게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나 또한 이민을 결정할 때에는 그러한 부문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과 입시, 졸업 후에 이어지는 취업전쟁 같은 한국의 환경을 직시할 때, 외국의 교육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부모로 서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을 위해 유학 혹은 이민을 고려하는 것은, 한국의 교육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니고 무엇인가.


어쨌든 나 또한 이민 전에는 한국의 학부모로서 같은 마음이었으나, 이민 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딸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화제 또한 다양해져서 공부만이 아니라 딸들의 학교생활 이야기를 통해 내 아이들의 현주소를 이해하기 되었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이 어떤 성적을 받고,어떤 대학에 들어가고,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를 채근하기보다는, 그들이 스스로 어떤 삶을 선택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지켜봐 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물론 호주에서도 더 높은 성적을 위하여,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하여 아이들을 학원
(한국인이 경영하는)에 보내는 한국인 부모가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매일 2시
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같이하며 폭넓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것으로
학원 교육을 대신하였다. 물론 재정상 학원에 보낼 형편도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딸들
이 학원 교육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대화로 모든 것을 함께 나누었다. 당연히 학교 성적과 적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호주에서의 삶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한국에서의 아빠의 삶과 경험
담도 있었고, 한국에 있는 딸들의 친구들 모습도 있었다. 모든 것이 주제가 되었다. 특
히 나는 딸들과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이런 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아이들을 위한 호주의 교육환경’이다. 성적과 대학을
전제로 한 환경을 이야기하기보다, 자녀들이 성장하며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을 부모로
서 함께 공유하고, 또한 부모의 경험담과 ‘어떠한 모습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부모로
서의 소망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보고 경험한 호주의 교육환경
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자녀의 교육환경은 부모 자신의 삶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녀들과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는 열린 자세와 시간의 여부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진
정한 의미의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요즘 한국에서 회자되는
‘저녁이 있는 삶’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이곳의 교육환경을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
다. 그것은 호주인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의 사회환경이다. 일단 한국과 가장 비
교되는 것은, 고교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낮다는 점이다. 대학 진학은 전적으로 개인의
의지와 획에 따른다. 기본적인 의무교육을 마치면 사회는 그들을 수용하고, 그들이 원
하면 언제든지 다시 교육의 기회를 준다. 기술을 우대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이 지나면 고교 졸업자와 대학 졸업자의 소득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사회에 진출하여 처음 받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약 1만8천 원이지만, 곧 2만 원 혹은 그 이상으로 인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규 대
학을 선택하기 전 전문학교에서 본인이 원하는 기술을 배울 수도 있고, 전문학교 졸
업장을 이용하여 정규 대학 2학년 혹은 3학년으로 편입할 수도 있다. 전문교육기관
(Tertiary)이 매우 조직적이고, 제도적으로도 정규 대학과 잘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환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개인들에게 제공하는 기회의 균등,
평가의 공정, 개인 삶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 학교 교육 외적인 부분들도 짚어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의 이런 설명이 많은 분들에게 거부감을 주거나 혹은 ‘넘사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
을 것이다. 물론 나는 한국과 호주의 비교를 통하여 한국사회에 자괴감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한국 또한 기존의 교육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부모들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줄을 세우는 사회에서 아이들을 1등
으로 만들려는 부모들의 노력이 우리의 아이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좌절시키는지 깨
닫고, 아이들의 어깨에 올려놓은 그 짐들을 이제 내려놓아 주어야 한다. <글/ 김일연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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