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계기준원(원장 곽병진)의 연구조직인 한국회계연구원(Korea Accounting Research Institute·KARI)은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BK교육연구단, 영남대학교 회계세무학과와 공동으로 19일 경북대학교에서 ‘KARI Accounting and Sustainability Research Seminar’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서 제1호·제2호에 대한 요약 강의와 함께 제약·바이오 기업의 개발비 자산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이원화를 주제로 한 연구 3편이 발표된 이번 세미나는 교수와 석·박사과정 학생, 회계·감사 실무진 등 40여 명이 현장 및 비대면으로 참석해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기준 강의에서는 백동렬 한국회계기준원 연구원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서 제1호 및 제2호 요약’을 주제로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주요 내용과 국제기준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2026년 2월 국내 최초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인 제1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위한 일반 요구사항’과 제2호 ‘기후 관련 공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두 기준서는 최초 공표일이 포함된 회계연도부터 적용된다.
백 연구원은 이번 기준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IFRS S1·S2를 출발점으로 국제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산업별 기업 간담회 21회와 서면 의견수렴 256건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준서 제1호는 기업의 현금흐름과 자금조달 접근성, 자본비용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를 공시하도록 규정했다고 말했다. 공시 항목은 거버넌스,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등 4대 핵심요소로 구성된다. 보고기업을 재무제표 작성 기업과 일치시키고 재무제표와 연계된 정보를 공시하도록 해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기회와 기업의 재무성과 간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준서 제2호는 기후 관련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 및 기회를 대상으로 전환계획,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기후 회복력 평가, 현재 및 예상 재무적 영향,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백 연구원은 “국제기준과 비교하면 기후 외 지속가능성 사안의 공시를 선택사항으로 두고, 기간 범위를 단기 1년, 중기 1~5년, 장기 5년 이후로 명확히 구분했다”면서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3년간 유예하는 등 경과규정을 확대하고, 측정방법별 온실가스 배출량 세분화 등 국내 여건을 반영한 추가 공시 요구사항도 포함했다”고 소개했다.
제약·바이오 CEO 전공, 개발비 자산화 판단에 영향
조승현 경북대 교수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개발비 자산화에 최고경영자(CEO)의 교육 배경이 영향을 미치는가’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3~2022년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575개 기업-연도 표본을 대상으로 CEO의 학부 전공이 이공·의학계열(STEM)인지에 따라 연구개발비 지출과 개발비 자산화 여부 및 자산화 비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개발비 자산화는 연구개발 활동에서 발생한 지출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신 미래 경제적 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는 회계처리다. 자산화 여부는 미래 경제적 효익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영자의 판단에 크게 좌우된다.
분석 결과, 이공·의학계열 전공 CEO가 이끄는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총 연구개발비 지출이 많았으며, 개발비를 자산화할 가능성과 자산화 비율도 유의하게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의학계열 전공 CEO가 경영하는 기업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높은 개발비 자산화 수준은 이후 총자산이익률(ROA)과 당기순이익의 저하와도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산업 전문성을 갖춘 경영자가 미래 경제적 효익을 정확히 평가하기보다 불확실한 연구개발 성과를 낙관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의사결정이 그룹 차원에서 집중되는 재벌 계열 기업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약하게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경영자의 회계상 재량을 제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투자자와 이사회가 기술 전문성을 갖춘 CEO의 높은 개발비 자산화를 미래 수익성의 긍정적 신호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영자의 전공과 특성, 기업의 지배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하며, 원칙중심 회계기준의 일관된 적용을 위해서도 경영자의 판단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감사품질 개선 효과 확인
강민지 경북대 교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감사노력·감사보수·감사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신외부감사법에 따라 6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감사인을 자유선임한 상장회사 등에 대해 이후 3개 사업연도의 감사인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제도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감사품질을 높이는 것이 도입 취지다.
연구진은 2020~2024년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감사인을 교체한 2,065개 기업-연도를 대상으로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교체 사유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주기적 지정에 따른 교체와 지정 해제 후 교체를 구분하고, 자유교체 기업과 감사시간·감사보수·감사품질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주기적 지정에 따라 감사인을 교체한 기업은 자유교체 기업보다 감사시간과 감사보수, 시간당 감사보수가 모두 유의하게 높았다. 증가한 감사시간과 감사보수는 재량적 발생액 감소와 연관돼 감사품질 개선 효과를 뒷받침했다.
반면 지정 해제 후 감사인을 교체한 기업은 자유수임 경쟁에 따른 초도감사보수 할인 압력 등으로 감사시간과 감사보수, 시간당 감사보수가 자유교체 기업보다 낮았다. 다만 이 경우 감사품질이 유의하게 하락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분석에서는 주기적 지정에 따른 감사인 교체 시 감사노력 증가가 감사인 규모와 관계없이 관찰됐다. 그러나 감사노력 증가가 감사품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대형 회계법인인 빅4(Big4) 감사인에서만 확인됐다.
연구진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감사인의 독립성과 감사노력을 높여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정 해제 이후 감사노력이 감소할 수 있는 만큼 감사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평가 및 감독 강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창준 영남대 교수는 ‘공시 이원화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 코스닥 제약·바이오 기업 사례를 중심으로’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은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진행과 기술이전 계약 등 비재무정보가 기업가치 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법적 책임이 수반되는 공식 공시와 보도자료 등 비공식 공시가 병존하는 가운데, 현행 공정공시 규정에는 두 공시 간 수치 일치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연구진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산정 기준이 다른 수치를 공시방법별로 나눠 제시하는 현상을 ‘공시 이원화(Disclosure Bifurcation)’로 정의했다. 이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코스닥 상장 제약사 A사의 공시 내용과 주가 흐름, 감독당국의 대응을 약 1년에 걸쳐 추적하는 단일사례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A사가 기술이전 계약 당일 공식 공시에 기재한 확정 수령액은 같은 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제시된 계약 총액의 약 1% 수준에 그쳤다. 보도자료상 계약 총액에는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인 마일스톤, 판매수익 배분액이 합산됐으며, 다수 언론은 이를 계약 규모로 인용했다.
수치 격차가 형성된 약 두 달 동안 주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해당 격차가 언론을 통해 다시 부각된 이후에는 하한가를 포함해 약 일주일 만에 고점 대비 50%대 급락하는 비대칭적 주가 흐름이 관찰됐다.
또한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지배구조에서 대표이사의 지분 매각 계획 공시가 주가 정점과 시간적으로 인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시간적 근접성만으로 특정 의도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공식·비공식 공시 간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핵심 수치를 공식 공시와 일치시키거나 병기하고, 계약금·마일스톤·로열티를 구분해 표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중요 공시 전후 임원의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방안 등 제도적 공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계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국내 적용 방향을 공유하는 한편, 경영자의 특성이 회계 판단에 미치는 영향과 감사인 지정제의 실효성, 공시제도의 정보 신뢰성 등 회계·감사 및 자본시장 주요 현안을 실증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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