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만기친람 국세청장…단위 기관장들은 들러리인가

수시로 납세현장 찾는 국세청장
납세자와 자상한 소통도 좋지만
지방청장· 관서장 등 존재감 떨궈
조직 활력 잃으면 세정권위도 실추
심재형 기자
shim0040@naver.com | 2019-12-16 1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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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자상하신 국세행정 수장님이다. 김현준 국세청장 얘기다. 그는 틈만 나면 납세자 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엊그제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즉석 세정지원 간담회를 이끌었다. 연도 말 세수관리 등 현안업무가 산적한 시기임에도 납세현장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적잖은 선물 보따리도 풀어놨다.  


김 국세청장은 경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경영상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 등을 감안,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세무검증 부담 없이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소규모 자영업자 등에 대해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세무조사 유예 및 선정 제외, 신고내용 확인 면제를 연장하겠다고 공표했다.


지난달에도 본청 간부들을 대동하고 광주 하남산업단지와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를 잇달아 방문, 뿌리산업 등 소규모 중소기업에 대해 내년까지 정기세무조사 선정에서 제외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국세청장의 현지 방문은 “몸소 중소기업들이 겪는 세무상 어려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세정지원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국세청당국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세청장의 이 같은 행보는 한 지역의 국세행정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지방청장은 물론, 일선 단위 기관장들의 존재감을 너무 외소하게 만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납세자 간담회까지 직접 국세청장이 챙겨야 할 현안인가 하는 의구심이다. 그럴수록 지역 세정책임자들은 뒤에 가려져 국세행정의 주체가 아닌 ‘들러리’로 추락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국세당국과 납세자와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 했다. 국세행정 수장이라면 가급적 후방(?)에 위치해 납세권(圈)을 예의 조망하면서 여차 싶을 때 정책적인 결단을 내리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가까이 보다는 멀리서 봐야 잘 보인다, 그래야 납세국민 앞에 ‘당당하고도 강한 국세청’을 각인 시킬 수 있다. 또한 납세 질서 유지는 물론 조세정의 구현에 힘을 받는다. 국세청장이 납세현장에 나아가 맞대면하는 것은, 국세행정 권위를 위해서도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잖아도 최근 지방청장들의 단기수명은 지역 납세권(圈)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현지 납세자들은 지방청장의 존재감을 감지 못하며 세상(稅上)을 살아간다, 지방청장 입장에서도 지역사정에 겨우 눈이 뜨일 즈음이면 떠날 준비를 해야 하니 지역세정을 책임지겠다는 의무감은커녕 지역현황 챙길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런 현실에서 국세청장의 잦은 납세현장 행차는 단위기관장들의 위상만 더욱 초라하게 만들뿐이다.


더구나 지금, 국세당국은 ‘지역경제 활성화 세정‘을 주요지표로 삼고 있다, 그런 판국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데 앞장서야 할 단위 기관장들의 존재감이 이렇듯 희미해서야 말이 되겠나. 그럴수록 “지역경제 활성화에 세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외침이 공허해 진다.


지방청장들이 던지는 메시지 한 구절에 지역 납세자들이 귀를 쫑긋 했던 시절도 있었다만, 이젠 ‘세정 따로, 납세자 따로’ 간다. 그럴수록 세정의 ‘품’이 많이 든다. 시대변화라고 가볍게 치부하기에는 뭔가 생각 할 점이 적잖아 보인다. 조직이 풀가동되기 보다는 수뇌부의 움직임만 보여서다. 국세행정 운영방향에 대해 충실한 홍보맨이 돼야 할 지방청장 및 단위 기관장들의 존재는 희미해 가고, 윗사람들만 눈에 띠는 형국이다.

 
국세청은 올해 인천지방국세청을 신설, 종전 6개 지방청을 7개 지방청으로 확대하는 기구개편을 단행했다. 적잖은 예산을 들여가면서 까지 세정관할 구역을 쪼갠 것은 지역세정 관리를 보다 탄탄히 수행키 위함일 게다. 그런 만큼 단위 기관장들에게 지역세정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전폭 위임해 줘야한다. 그래야 조직이 제 구실을 하게 되며 세정의 권위가 유지된다.


국세행정 수장이 몸소 챙기는 만기친람은 조직의 동력을 떨어뜨린다. “국세행정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와 권위는 국세청 수뇌부가 아닌, 일선세정에서 비롯된다.”는 세정가의 정설(定說)을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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