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조세쟁송 패소와 과세당국의 자충수

때로는 관리자들의 조정력 빈곤이
경직세정 야기 조세쟁송 씨앗 되고
과욕이 부른 부실부과가 패소 根因
訟務강화 앞서 첫 단추를 잘꿰야…
심재형 기자
shim0040@naver.com | 2021-08-30 10: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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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최근 부과처분을 둘러싼 납세자와의 쟁송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과세처분 유지를 위한 특단의 강화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종전까지는 일선 세무서 청구세액 10억원 이상의 고액 쟁송사건에 한해서만 지방청 송무국이 공동으로 수행하던 것을, 앞으로는 공동수행 대상 청구세액을 기존의 10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등 지방청 송무국 차원의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는 전문이다.  

 

허긴 국세당국의 부실과세도 문제지만, 받아 내야할 세금을 허공에 날리는 것은 보다 중대한 과실이다. 때문에 송무국 기능 강화 조치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애당초 과세처분 자체가 부실하면 공소유지(?)가 어렵게 되며, 송무국 기능 역시 무의미하다. 과세처분에 대한 패소는 결국 세정 불신으로 이어져, 돈 잃고 세심(稅心)도 잃는 결과를 빚는다. 극히 원론적인 주문이지만 그래서 과세행정은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 우선 세정운영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진솔한 철학(?)이 담겨야 한다. 숙련된 국세공무원들의 부과 기술은 그 다음이다. 

 

작금의 납세자들은 세무이론이나 실무면에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과세처분에 있어서도 그 내용상에 한 치의 이라도 보이면 당국을 사정없이 몰아세우는 그들이다. 더구나 그들 뒤에는 세제.세정에 정통한 조세전문가와 노련한 율사(律士)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여차할 경우 과세처분을 뒤집을 수 있는 판례.예규 등의 현미경 분석은 기본이다. 국세당국 역시도 납세자들의 세정 대응력 못지않게 첨단세정으로 무장, 정밀한 과세행정을 구사하고 있으며, 특히나 법리다툼이 치열한 국제거래와 자본거래 관련 내부역량을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세정가 조세전문가들은 조세쟁송에 공격적인 방어에만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과세행정 품질개선을 최우선시 하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조세쟁송 패소는 과욕으로 인한 부실부과가 원죄라는 점에서 송무대응에 앞서 과세처분의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라는 주문이다. 그들의 고언(苦言)속에는 국세당국자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이슈가 적지 않다. 그들은 먼저, 자의적 해석을 가능케 하는 아리송한 현행 세법규정과, 당무자들의 조정력 빈곤이 조세쟁송을 유발시킨다고 믿고 있다. 납세자의 승산이 뻔한 사안마저도 초지를 굽히지 않고 굳이 쟁송꺼리를 만든다. 사후 귀책이 두려운 나머지 일단 과세를 고수하는 경우다. 조세소송 패소를 자초하는 국세당국의 자충수(自充手)이자, 경직세정이 가져다주는 폐해다. 

 

여기에 과세처분의 적정여부를 놓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할 관리자들이 예민한 사안에는 몸을 너무 사린다는 전언이다. 나름의 논리를 피력하다가 공연한 오해를 불러드릴세라, 소신(所信)대신 보신(保身)을 택한다. 이러한 사례는 국세청 고위직 출신 세무인들이 토로하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현재의 아쉬움이기도 하다관리자들의 경직된 세정운영을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조사요원들이 특정 기업 세무조사 결과 성실하다고 판단, 결제라인에 올린 조사복명서를 계속 퇴자 놓는 경우다. 자연 해당 기업에 마른 걸레 짜듯 무리한 프레스가 가해지기 마련이다. 국세행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동시에 싹트는 순간이기도 하다. 조사요원 일각의 터프한 매너도 관리자들의 운영 미숙에서 기인된다는 지적이 이래서 나온다. 결제라인에 있는 사람들 스스로가 정도(正道)를 외면하는 조직이라면 향후 송무팀에 유능한 전문가를 포진한들 효험이 별무다. 때문에 관리자들에게 선의의 재량권을 부여, 운신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소신껏 세정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대두된다. 

 

국세당국과 납세자와의 첨예한 논리 대립은 세무조사 수행과정에서 발생한다. 납세기업의 경우 고의적 탈세유형도 적지 않겠지만 그 보다는 세법해석상의 다툼이 충분한 사안들이 더 많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세무조사를 당하는 납세자들은 자기 논리의 정당성 관철을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우월적지위에 있는 당무자들 논리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든다. 명료치 않은 현행 세법규정이 자의적 해석을 가능케 해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 사안이 조세쟁송으로 이어졌을 경우 어떤 판결이 나올까. 물문가지(不問可知)일 게다. 조세정의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세정의 최대공약수를 찾는 일이야 말로 관리자들의 몫이다. 이들의 소신이 되살아나야 부실과세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며, 세정에 대한 신뢰가 살아난다. 세상사 모든 일은 () 대로보다는 법의 운영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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