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연예인 국세청 홍보대사 겉도는 세정홍보

납세 이미지와 거리 먼 미스 캐스팅
납세계층도 위촉 인물에 전혀 무관심
세정가에도 인품 갖춘 적임자 많은데
국세당국자여! 염불은 아무나 하나…
심재형 기자
shim0040@naver.com | 2023-05-08 11: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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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인가, 서울 시내 중심 세무서의 납세자의 날행사장-. 수많은 취재진이 모여든다. 이 세무서의 1일 명예세무서장으로 위촉된 당대 톱스타인 여배우 J씨를 취재키 위해서다. 행사 흥행’(?)에 성공한 이곳 세무서장과 간부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한다. 그러나 그 만족감은 여기까지, 명예서장의 인사말 한마디가 행사장 분위기를 망쳐놓는다. 

세무행정에 대한 의례적인 덕담을 기대했지만, 그 명예서장님 하신다는 말씀이 세금 많이 나와 못살겠어요. 세금 좀 깎아주세요다. 황당한 명예서장님 말씀에 당황한 그곳 당무자들, 사전준비 부족이 자초한 해프닝이었겠지만, 내면적 인물보다는 외부의 이목을 끌려고 무작정 연예인을 등장시킨 것이 화근(禍根)이었다. 

 

국세청은 지난달 올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연예인 김수현송지효(본명 천수연)를 국세청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들은 성실한 납세, 사회공헌활동과 더불어 20여년간 모범적인 연예계 활동으로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로, 드라마와 영화, 예능 등 여러 분야의 활동을 통해 있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연기자라고 국세청 당국자는 위촉 배경을 설명했다. 앞으로 두 홍보대사는 성실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국세행정 홍보와 국민과의 소통을 이끌며, 공익광고출판물 제작 등 성실납세문화 확산을 위한 세정홍보활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런데 인기 연예인 국세청 홍보대사’ 운영에 대해 세정가의 쓴 소리가 그치질 않고 있다. 정작 관심을 둬야 할 납세권()마저도 어느 연예인이 국세청 홍보대사인지, 그 역할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며, 또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소중한 납세의무의 상징성이 그들의 이미지와는 궁합이 안 맞는지 국세청만의 단골 행사가 되고 있다. 왜 이럴까. 한마디로 이들로부터 세무행정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좀체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외자의 눈에도 최소한 세정과의 함의가 묻어나는 공통분모를 찾기가 어렵다. 이쯤에서 국세당국의 홍보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청 출신 세정가 원로들의 고언(苦言)을 들어보자. 그들은 인기 연예인 수백 명이 외치는 겉도는 세정홍보 보다, 국세청 관리자 한 사람의 진정성 있는 한마디가 납세자에게 설득력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외부 용병에 앞서 국세청 간부들 모두가 세정 홍보맨이라는 의식 전환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실은 전직 국세청 오비(OB)들 가운데는 세정 홍보맨역할을 자청하는 훌륭한 분들이 적잖다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국세청 당국자의 눈에는 잘 안 띄는 모양이다. 

 

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세무법인과 장학사업을 운영하는 J, 국세행정 홍보맨을 자청하는 그의 꾸준한 행보는 세정가에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의 국세행정에 대한 애정 어린 발길은 정년이 없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는 전국을 누비며 우리사회 저변에 까지 국세공무원에 대한 올바른 상()을 심어주기에 여념이 없다. 세정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육공군 장병들을 찾아 특강도 한다. 때론 전임 지방청장과 중견간부 출신들의 뒤늦은 세정비리 스캔들로 황색바람이 일 때에도 그의 이러한 행보가 자그마한 바람막이 역할이 되기도 했다. 

 

언제인가. 한국납세자연맹은 연예인 모범납세자를 광고비도 주지 않고 홍보대사로 활용하는 것은 위계에 의한 부당한 압력행사라면서, “성실납세의식은 후진적 홍보와 제도가 아닌 납세자를 존중하는 행정서비스에서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시각에 차이는 있겠지만 연예인 홍보대사에 대한 주변사회 여론도 미스캐스팅에 겉도는 세정홍보라는 시각으로 기울고 있다. 이쯤에서 국세당국의 국세행정 홍보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세정홍보에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키기 보다는 납세의 소중함을 내면에 담고 있는, 그런 이미지를 갖춘 인물을 선정해야 납세자로부터 공감을 얻는다. 국세청 홍보대사는 여니 광고모델과는 뉘앙스가 달라야 한다. 염불(念佛)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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