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당국자여, 세정 원로들의 지혜를 구하시라

계묘년 새해 녹록지않은 우리네 경제전망
첨단 과학세정만으로는 세수확보 쉽잖아
세정은 감동이 있어야 납세자들이 순응
살아있는 전설 선배들의 도량을 익혀야
심재형 기자
shim0040@naver.com | 2023-01-08 13: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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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서울 여의도 소재 국민일보빌딩 12층 루나미엘레 웨딩홀에서 개최된 국세동우회의 새해인사회

코로나 팬데믹으로 건너뛰던 인사회가 모처럼 대면행사로 치러진 행사장엔 전· 현직 국세공무원들로 장내가 가득 찼다

 

당초 코로나상황을 감안, 참석인원 규모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지만 전직 국세청장들과 역대 지방청장들, 그리고 김창기 국세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현직 관리자급 대부분이 총 출동해 외려 수퍼급(?) 인사회를 연출했다

헤드(?) 테이블엔 김창기 국세청장을 가운데 두고, 서영택· 이건춘 전 국세청장이 좌·우에서 후배청장을 보듬듯 자리를 같이했다. 살아있는  전설, 두 선배들에겐 교과서에도 없는 오랜 세월 축적된 세정의 지혜가 녹아 있다. 

 

이른바 전문인 청장시대를 연 서영택 전 청장(7)은 지금도 세정 각 분야에 고도화·전문화의 기틀을 마련한 분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재임 시 공정.신뢰.봉사세정의 구현을 대외에 표방하면서 행정편의 위주의 세정관행 시정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 대표적 사례가 고질적으로 납세자를 괴롭히던 부가세 증액신고 권장폐지를 꼽을 수 있다

 

이건춘 전 청장(11) 역시 국가초유의 IMF 사태 속에서도 출중한 행정수완으로 국가재정수요를 합리적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한, ()를 겸비한 덕장(德將)으로 세정가에 회자되고 있다. 특히나 그는 올곧은 소신으로 추경예산 편성을 상부에 끈질기게 요청, 무리 없는 세수 행정을 운영함으로써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 향상에 숨은 기여를 했다. 세정 외적인 현안까지 내다보는 혜안의 소유자들이다

 

그런데 이런 귀한 선배들과의 만남이 일회성으로 끝나고 있다. 정례적인 채널 구축의 필요성은 왜 못 느끼는 것일까, 시대적 상황에 민감치 못한 때문인가. 아니면 분별력 결함인가, 몹시도 아쉬운 대목이다.

 

계묘년(癸卯年) 새해 화두가 녹록하지 않은 경제여건으로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세수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나라살림 마련하는 국세공무원들의 근심도 태산이다. 서영택 전 청장은 새해인사회 자리에서 나라가 어려울 때 중요한 점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라고 정의 했다. 국세청은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면서 나라가 어려울 때 마다 국세청의 역량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해 왔다고도 회고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이룰 수 있도록 국세청이 노력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건춘 전 청장 또한 공평한 세정집행을 통해 납세자가 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청장은 2만여 현직 동료들이 합심해서 신뢰받는 세정이 되도록 협동해야 한다면서 국세청이 더욱 신뢰받는 국세행정을 이끌어 달라고 주문했다. 언중유골, 두 분 모두 신뢰세정의 중요성을 각별히 강조했다

지금 우리는 첨단 과학세정을 구사하고 있지만 세무행정엔 감동이 묻어나야 신뢰의 싹이 튼다. 감동만큼은 과학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세정 운영자의 몫이다.

 

해마다 치러지는 국세동우회 정기총회에서도 보는 이들에게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전직 국세청장 등 한 시대를 풍미하던 과거의 세정주역들과 현직 국세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헤드쿼터가 총출동 한다. 이만한 기회 만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 이 같은 귀한 자리가 의례적인 세정현황 설명과 선후배간의 진부한 덕담으로 아쉽게 끝을 낸다. 국세동우회는 전직 국세공무원들의 친목단체로, 회원 거의가 현업 세무인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오랜 기간 세무의 이론과 실제를 경험한 세정 숙련공이다. 지금은 세정현장 최 일선에서 납세자와 접촉하며, 세심(稅心)을 생생하게 체감한다

 

그러기에 국세행정 책임자들이라면 그들의 세정현장 소리와 조언에 귀를 기우릴 법도 한데, 그 소중한 사람들을 그리 여기질 않는 것 같다. 작금의 국세행정운영은 과학세정 의존도가 대세다. 하지만 경험에 의한 세정엔 지혜가 따른다그래야 세정의 도 적게 든다

 

계묘년 새해 우리네 경제사정은 녹록지 않다. 세수전망도 낙관불허다. 첨단 과학세정을 자랑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세심을 잡을 수 없다.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국세당국의 지혜가 절실한 때다. 부디 살아있는 전설, 선배들의 도량을 익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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