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정부의 금융정책은 가계부채, 서민금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금융시스템을 움직이게 하는 감독체계 개편도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초기에는 금융 감독과 정책 수립 기능을 분
리하는 방안을 고려해 왔으나 금융 감독체계 개편과 정부 조직 개편이 맞물려 있어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설립되면서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기능을 분리하여 운영해 오다가 2008년에 금융위원회가 설립되어 두 기능을 통합하였다.
이번에 다시 금융감독체계가 개편되면 10년마다 감독체계가 바뀌게 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체계의 형태는 국가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특히 2차례 걸친 상반된 감독체계의 개편을 경험한 점을 고려할 때 이제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
지난 대선 공약에서 금융위의 정책과 감독 부문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 기능을 별도로 분리하는 이른바 쌍봉형(twin peaks) 감독체계로 바꿀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으나 금융감독체계는 다음과 같은 2가지 관점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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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금융소비자보호를 전담하는 기구를 별도로 신설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에서 동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나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역할론의 한계에 직면하였다. 논쟁의 핵심은 건전성 감독기능과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적합성 문제와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치 시 권한의 범위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감독정책의 방향이 업권별에서 기능별 감독으로 전환되는 추세인 점을 고려하여 감독체계의 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3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고려하자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만큼 학계나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감독 정책수립과 집행업무의 일원화를 통한 감독기구의 독립성 보장
일반적으로 금융규제는 금융시스템 보호를 위한 건전성 규제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영업행위 규제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금융규제 목적상의 단일 기관에서 규제하는 일원화된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금융시스템의 보호 목적과 관련된 규제는 거시건전성 규제와 미시건전성 규제로 구분되는데 거시건전성 규제는 한국은행에서 담당하고 있다. 규제 대상도 모든 금융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감독정책의 결정과 집행 권한을 가진 독립중앙행정기관인 금융위원회와 무자본특수법인으로서 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구조이다.
이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관계를 살펴보면 금융위원회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업무, 운영, 관리에 대한 지도와 감독(제18조)을 하고,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 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감독 업무를 수행(제24조 1항)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금융위원회의 지도와 감독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실무업무를 수행하는 구조이다. 금융위에서 금융정책업무와 감독정책 업무를 모두 관할함으로써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금융감독의 정책과 집행 업무가 분리됨에 따라 감독정책의 수행에 있어 비효율성이 커질 수 있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감독정책을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하여 감독기구의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금융을 산업정책 관점이 아닌 감독정책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의 전담기구 설치 방안 고려
이번 정부는 다른 때보다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법적으로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청약철회권, 판매제한명령권, 위법계약해지권, 소송중지제도와 징벌적 과징금제도 등과 같은 과감한 내용을 포함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이미 차관회의를 통과한 상태에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를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에도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치 내용이 포함되었으나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여당은 금융소비자보호전담기구를 금융감독원에서 분리하여 금융위원회 산하에 두자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야당은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만들자고 주장하였다. 2012년에도 별도의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것에는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어느 조직에 둘 것인가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문제도 정부의 조직개편과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건전성 감독업무와 소비자보호업무를 조직적으로 분리하여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내에서는 조직과 권한의 축소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별도의 전담기구로 분리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 조직 개편을 통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2배 확대하고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부원장급으로 격상시킨 상황에서 이러한 논의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조직의 부처로 존재하는 것보다 독립적인 조직으로 운영됨으로써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 본연의 역할에 보다 충실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물론 유사한 업무가 이원화되면서 규제 사각지대 또는 중복업무, 정보교환의 단절 등의 문제점도 나타날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문제는 가볍게 여길 수 없으며 사후 처리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사고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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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의 업무범위는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
한편,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업무는 민원처리, 금융교육, 분쟁조정, 판매 및 영업행위 감독·검사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소비자보호 기능과 함께 판매 및 영업행위 감독권한을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에 부여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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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수 KEB하나은행하나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팀장 |
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금융회사의 역할 기대
금융소비자보호와 금융회사는 이해상충의 관계에 있다. 정부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면 금융회사는 민원, 소송 등에 대비한 각종 규제준수비용이 증가하고 직원 교육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번 감독체계의 개편을 통해 금융회사들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금융회사 내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의 기능을 강화하여 상품개발-판매-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 참여하여 금융소비자 관점에서의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할 것이다.
특히, 불완전 판매 축소를 통해 건전한 판매 문화를 조성하고 금융소비자의 혜택이 증가하면 금융회사에도 이미지 개선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글/ 정희수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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