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덴마크 사람들의 청정한 納稅觀이 부럽다

절세상담도 거절하는 덴마크 사람들
이 같은 납세의식 원천은 ‘정부 신뢰’
우리는 세금 빼먹어야 직성이 풀리니
국세청은 맨날 탈세혐의자와 전쟁…
심재형
| 2017-11-24 19:45:57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덴마크 출신 작가 말레네 뤼달이 쓴 ‘덴마크 사람들처럼’이란 책에 이런 이야기가 쓰여 있다. 어느 날, 프랑스에 살고 있는 어느 덴마크 사람에게 거래은행원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세금을 너무 많이 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세금을 훨씬 적게 낼(절세) 방법이 있으니 상담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마디로 그 제안을 거절한다. “비록 세금이 많기는 하나 세금을 낸다는 것은 프랑스 사회보장제도에 참여하는 것이니 그 또한 저에게는 기쁜 일입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정부가 교육, 건강, 교통 등 공공 서비스를 위해 세금을 잘 사용하고 있다고 믿는다. 심지어 국민 중 61%는 절세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가를 믿고 낼만큼 세금을 내겠다는 마음씨다. 물론 사람 사는 나라이니 만큼 어두운 면이 없진 않다. 높은 세율로 인한 빈부 격차, 시한폭탄 수준의 가계부채, 지나친 분배 위주 정책으로 인한 근로 의욕 저하와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 등 적잖은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사회보장제도를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연소득 5만2.000유로가 넘는 사람들은 소득의 60%를 세금으로 낸다. 1인당 세금부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하지만 그 누구도 속임수를 쓰거나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 참여하고 기여한다. 2012년 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기구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176개 나라 가운데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년 국제연합이 발표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에선 항상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네 국세행정은 필요이상으로 ‘품’이 많이 든다. 평상시에도 탈세와의 전쟁을 치루기 때문이다. 부가·소득·법인세 등 주요세금 납기에 즈음해서는 납세권(圈)을 향해 어김없이 경고사격(?)을 해 댄다. 이를 테면 소득탈루를 사전에 예방키 위한 심리전(心理戰)이다.

 

종소세납기 때는 「종합소득세 신고도움 서비스」를 구축하고 납세자의 특성에 맞춘 신고 안내정보를 통합하여 제공한다. 국세청은 해당 납세자들에게 제공된 자료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신고하면 추후 사후검증이나 세무조사로 인한 가산세 부담 등을 줄일 수 있다면서, 신고 전 ‘자수’(?)를 권하는 메시지도 곁들인다.

 

주요 맞춤형 신고도움 자료 항목을 읽어본 납세자들은 국세청이 자신의 영업실상을 손금 보듯 꿰뚫고 있다는 사실에 오금이 저민다. 부가세· 법인세 신고납부기간에도 국세청의 이 같은 행보는 똑같이 이어진다. 그 뿐인가, 양도세 등 기타 세목에 대해서도 신고관리가 이뤄진다.

 
#지금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자와의 국지전(局地戰)을 치루고 있다. 이번엔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다주택 보유자 등을 대상으로 변칙 자금 조성 및 기타 양도소득세 탈루 여부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다주택 보유자 중 취득자금 편법증여, 공공택지 분양권 다운계약 등 그 대상자가 총 302명에 이르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거래 당사자와 그 가족의 최근 5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 재산 변동 상황을 분석하여 변칙 증여 및 사업소득의 누락 등 세금 탈루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 탈루세액 추징은 물론 관련법령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관계기관에 통보. 고발조치할 방침이다. 아마도 이번 조사가 끝나면 탈루액 추징 등 엄청난 규모의 탈세액을 토해내는 임자들이 또 나올 것이다.

 

아직도 틈만 보이면 한탕하려는 일각의 탈세심리는 수그러질 줄 모르고 있다. 이것이 세금을 빼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네 납세환경의 자화상이다.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아홉 달은 춥고, 겨울철에는 오후 3시면 해가지는 인구500만~600만 명의 작은 나라 덴마크,―

 

그렇다면 이 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을까? 모두가 공동체 의식에서 정부를 신뢰하고 서로를 믿기에 많은 세금 기꺼이 내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리라. 그 곳 사람들의 청정(淸靜)한 납세관(納稅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