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매우 독특한 선택을 한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트럼프 정책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유의미할 것이다. 한국 경제와 직결되어 있는 미국과의 FTA에 대한 향후 전망을 보수적으로 살펴보자. /편집자주
미국 FOX TV의 만화 ‘심슨 가족(The Simpsons)’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17년이나 전인 2000년 3월 방영된 ‘Bart to the Future’가 인기다. 만화 안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실패한 대통령으로 묘사되고 있다.
심슨 시리즈의 크리에이터는 미국 매체와의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2000년에 ‘트럼프 대통령’ 설정을 넣은 것은 그 당시에 그가 대통령이 되기에 가장 어이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해당 에피소드를 쓴 작가는 “그 설정은 당시의 미국에게 보내는 경고였다”며 “미국이 바닥을 치기 직전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한 결과”라고까지 얘기했다.
심슨이라는 미국 만화에서 지금보다 훨씬 전에 미래의 미국 대통령을 용하게도 맞춘 신통방통함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당시 만화에서 조차 어리석음으로 희화화되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실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유력한 상대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201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했고 실권을 쥐게 되었다는 그 사실이 우리에겐 훨씬 더 중요하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강한 실천력’으로 좌충우돌의 행태를 보이며 주변국과 우방국 심지어는 자국 내에서까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우려만 하고 있다면 나아지거나 우리에게 주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중에는 한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그녀의 생각을 이리저리 미루어 짐작하며 그에 맞게 행동하지만,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여자로부터 핀잔만 받아 웃음을 자아내는 코너가 있다. 이때 남자가 마지막에 하는 유행어 대사가 있는데 “정신 바~짝 차렸는데~”라는 것이 그것이다.
작금의 우리 현실이 그렇다. 정신 바짝 차리고 대응을 해도 결과를 낙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일단 미국인들의 매우 독특한 선택을 한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트럼프 정책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유의미할 것이다.
심화되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FTA가 적자의 촉매제?
우선 대내외 교역에 따른 무역수지를 보면 그 적자 규모가 2010년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5년 -7,526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고, 그중 중국과 멕시코의 비중이 2010년에는 53.4%에서 2015년 56%로 2.6%포인트 증가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와 의 무역수지 현황도 한-미 FTA 발효 후 2016년 약간 조정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한국의 수출은 계속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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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적극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여, 이전 2개에 그쳤던 것이 이후 12개 협정을 추가 체결하며 현재 14개 협정, 20개 나라와 발효되어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체결된 FTA 중에서도 NAFTA, 이스라엘, 한국 등과의 협정은 미국이 손해를 본 대표적 협정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2016년 달러 기준으로 NAFTA에서 약 2조2,500달러, 이스라엘FTA에서 1,500억 달러, 한국 FTA에서 1,100억 달러의 실질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데에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적자규모의 확대는 여러 가지 정치역학과 무역환경에 따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나, 위 수치는 FTA 체결후 미국이 교역 상대국과의 실질무역수지적자를 단순히 총합계한 금액임에 유의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FTA 체결 이후의 연속되는 방향성 있는 결과임은 분명함으로, 무역수지에 끼치는 여러 환경 요소중에서 FTA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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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포기자의 증가와 천문학적인 미국의 공공부채
FTA와 환율차 등의 이유로 제조업은 미국 본토보다 인건비가 싼 멕시코,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자연스럽게 자국 내 노동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미 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job killing trade deal)’으로 일컫고 이로인해 일자리 10만 개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연유이기도 하다. 또한 전체적으로도 2008년 이후 제조업의 일자리가 약 145만 개 감소하여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미국 공공부채의 측면을 살펴보더라도 2010년 공공부채는 10조 달러를 넘었으며, 2020년까지 16조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부채 규모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대내외 경제상황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수치로 확인해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미국의 암울한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교적 예측할 수 있는 정상적인 기존의 정치인보다는 지금까지의 판을 뒤엎어 상황을 한 번에 대역전시킬 수 있을 만한,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만한 대단히 비이성적인 선택이 필요하지 않았나 본다. 그래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은 소외된 실직 백인 미국인들의 반란이라고도 보이는 이유인 것이다.
이러한 염원(?)을 등에 업어 당선된 트럼프의 취임 후 행보는 역시 예상했던 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TPP 탈퇴 선언, 대두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문제, 반(反)이민 행정명령, 중국·독일·일본 등의 환율 조작국 지정 등 절대 미자국 우선주의의 행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반자유무역주의는 이의 연장선으로 봐야 하며, 만약 자유무역주의가 미국우선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이의 주장은 금세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으로 돌아와 다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한국 경제와 직결되어 있는 미국과의 FTA에 대한 향후 전망을 보수적으로 살펴보자.
한-미 FTA의 재협상에 대한 대비
기술한 바와 같이 미국과 체결된 FTA 중에서 적자규모가 큰 협정 중 대표적인 것이 우리 한-미 FTA이다. 트럼프가 공공연히 한-미 FTA를 손을 볼 협정으로 말한 만큼 한-미 FTA 제24조 2항에 따라 이의 수정협상은 언제고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극단적으로 한-미 FTA를 폐기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자동차를 예를 들어 본다면, 자동차의 관세가 높아짐에 따라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제조한 완성차는 주변 경쟁국에서 제조한 그것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당연히 떨어질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국내 제조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미국 시장은 놓칠 수 없는 거대 자본주의 대표 시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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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태진 관세사 |
따라서 한-미 FTA 폐기라는 파국은 당연히 막아야 할 것이며1) 수정 재협상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를 예상하여 이에 대한 대비는 미리 충분히 해두어야 한다. 그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관련한 산업 즉, 자동차, 전자, 기계 등에 대해 면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 한국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외교분야 컨트롤타워를 신속히 확립하고 한·미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민간부분에서도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 행정부와 그와 관련한 기관과의 소통을 견고히 해야 한다. 지금은 밑그림 하나 없는 하얀 도화지에 새롭게 그려나가야 하는 시점(始點)이다.
< 글/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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