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10년 전이 은퇴 후를 결정한다
이상훈 저자의 책 『1만 시간의 법칙』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1만 시간을 투자해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사례가 나온다. 여기에 이어 미국 작가 로버트 그린의 『마스터리의 법칙』에는 전문가를 뛰어넘는 마스터리가 되기 위해서는 2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루 2시간 정도 특정 분야에 활동하거나 공부할 수 있다면 1년이면 730시간(365일 × 2시간)이다. 10년이 쌓이면 7,300시간이다. 1만 시간에 조금 못 미치지만 주말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다면 1만 시간이 가능하다. 그리고 시너지 내듯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성과는 달라진다. 7,300시간을 투자한다면 적어도 다른 직업인이 될 수 있다.
![]() |
▲윤춘식 소장 |
2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마스터리’ 경지 역시 15년~20년 일정 시간을 투자한다면 누구나 올라갈 수 있는 경지다. 중요한 건 한 분야에 오랜 시간 인내 있는 투자가 중요하다. 10년은 사실 긴 시간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매우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더욱이 반복된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면서 자칫 불안만 떨다 버려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최상의 시간은 현직에 있을 때다. 그래서 은퇴를 10년 정도 앞둔 교육생을 만나면 내가 열변을 토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10년 전부터 은퇴 후의 삶을 준비했다.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내 안의 숨겨진 작은 재능을 찾아냈고 그 재능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했으며, 여러 난관에서도 그것을 발전시켜 나갔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닌 일인지 몰라도 직장을 가진 평범한 나에게 그것은 모험이었다.
최근 읽었던 책 중에 깊은 인상을 준 책이 있다. 셀프코칭 전문가인 김봉학 저자가 쓴 『개코원숭이의 사막건너기』이다. 이 책은 은퇴자를 위해 쓴 책으로 우화를 빌어 은퇴를 앞둔 우리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여러 신문과 잡지에 소개된 책이기도 하다. 『개코원숭이의 사막건너기』는 누구나 자신이 낯설 때가 한 번쯤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익숙했던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타인처럼 여겨진다든지, 혹은 내 자신 속 어딘가에 숨어있던,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과 문득 마주치게 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공포는 낯선 것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에 더 이상 머물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때다.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서서히 녹아들었던 일상이 갑작스레 파괴되거나 사라지게 된다면, 혹은 내가 이제까지 누려왔던 생활이 알고 보니 벼랑 끝이었다는 것을 타인에 의해 억지로 깨닫게 된다면 그 파장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크고 거대하겠다.
하지만 뒤집어서 이야기를 한다면 익숙한 것에서 떠날 때 비로소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우리 내부에 내재되어 있었던 수많은 잠재력들을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가능성은 그 사람을 활기차게 하고 생명력을 부여해주며 심장 박동이 뛰게 만든다. 현자들은 이것을 ‘변화’와 ‘모험’이라고도 하며 또 다른 말로는 ‘적응’이라고 한다.
『개코원숭이의 사막건너기』는 이처럼 익숙한 것에서 떠나야 하는 사람들, 즉 인생 2막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내용이다. 스스로 자신의 성공을 이끄는 기술인 ‘셀프코칭’ 분야 권위자가 쓴 은퇴자를 위한 지침서로, 책을 통해 저자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삶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지혜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
주인공 윤 부장이 어느 날 아침 개코원숭이로 변해버린 자신을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회사 오너의 아들인 상무로부터 은근히 퇴직을 종용하는 말을 들은 윤 부장은 굴욕과 패배감, 배신감,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폭음한 다음 날 욕조 거울에서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55세의 직장인 얼굴이 아닌 개코원숭이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개코원숭이로 변한 모습은 윤 부장 자신만 볼 수 있고 남들은 보지 못한다.
며칠을 원숭이로 살던 윤 부장은 자기와 같은 경험을 한 은퇴 선배이자 입사 동기로부터 한 권의 수첩을 받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그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우리들은 책 속 윤 부장을 따라가다 사막의 실체를 알게 되고 어느새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 속에서 사막은 방향이나 위치가 정해지지 않은 곳으로 성공과 실패의 확률이 반반인 곳이다. 인생 2막,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이처럼 사막을 걷는 거나 마찬가지다. 익숙한 것에서 내몰려 ‘변화’와 ‘모험’이 가득한 사막을 여행할 경우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이 들면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때문에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퇴는 끝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언가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암담함도 아니다. 이제까지 고생했으니 지금부터 제대로 한번 놀아보라고 주어지는 시간이다. 다시 말해 이때까지 끌려다니며, 혹은 매여서 살았다면 지금부터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을 영위하라는 것이다.
돈이 많다면야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제대로 놀 줄 모르면 금방 질리게 될 것이다. 나이 들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하는 일이다. 또 타인에게 나의 것을 전달해주고 가르쳐줌으로써, 혹은 내 것을 나눠 가짐으로써 올 수도 있다.
은퇴 후의 논다는 것은 온전히 나를 위함이다. 일을 하는 것도 내가 그것을 즐기고 준비해 온 것이라면 노는 것의 다름 아니다. 익숙한 장소를 떠날 때 어떤 기분을 안고 떠날 수 있을까. 허탈하고 두려워하면서 집으로 돌아올 예정인가 아니면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설렘으로 두근대며 돌아올 것인가. 답이 결정됐다면, 지금부터 은퇴 전 10년이 은퇴 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윤춘식
‘윤춘식 올(All)통합교육컨설팅’의 대표로, 은퇴 후 강사, 컨설턴트, 행사 MC, 경영자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기업, 기관, 협회, 학교 등 흩어져 있는 교육분야의 통합을 꿈꾸며 ‘윤춘식 올(All)통합교육컨설팅’을 세웠다. ‘올(All)통합교육’이란 20년 넘게 교육분야에 있었던 경력을 살려, 파트너들과 협업으로 강사양성과정을 운영하는 교육컨설팅 업체다.
이메일: y858600@hanmail.net / alledu-yoon@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chunsig
[ⓒ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