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훈 화가 “이종결합 아티스트의 표본이 되고 싶다”

편집국
news@joseplus.com | 2017-11-11 1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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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화가는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강의를 한다. 기법위주의 도제식교육이 아니라 화가로서 삶, 즉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강의다. 예술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강의를 기획했던 것은 20년 전 대학시절부터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티스트의 현실은 변한 것이 없다. 지금도 도제식과 ‘순수’ 또는 ‘상업’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교육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는 말과 글을 함께하는 화가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꿈을 이야기하며 무(無)기법으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게 만든다. 제자 중 몇 명은 여러 곳에서 이름이 알려진 예술가(화가, 싱어 송 라이터,웹툰 에세이 작가)로 성장했다.

 

‘그림’과 ‘글’이라는 이종결합을 하고 있는 최정훈 작가는 후배 아티스트에게 작은 표본이 되고 있다. 최정훈 화가의 그림을 보면 삶에서 일어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초창기 작품은 어둡고 강렬했다.

 

‘그로데스크(grotesque)’한 세상과 자신의 내면을 표현했다. 순수미술과 상업미술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순수미술을 선택했던 그다. 페르소나(persona) 속에서 국내외 100여 회가 넘는 전시를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불태웠다.

 

왜 그토록 수많은 예술가들이 조울증과 정신질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걸까. 최정훈 화가는 정신적인 한계와 삶이 극에 달했을 때, 도서관을 찾았다. 책을 읽고 스스로 끝없이 질문하고 답하기를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그림 스타일에도 변화가 왔다.

 

‘어떤 예술가로 살아갈 것인가?’


독서를 하기 전과 후는 전혀 달랐다.그는 책과의 만남 통해 극적 전환을 맞이했다. 2016년 이공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는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작품을 선보였다. 밝고 긍정적인 작품이 주류를 이룬 것이다. 이전과 다르게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전시회가 되었다. 긍정적 작품으로 전환했던 이유는 독서를 통해 깨달은 관점의 변화 덕분이었다.

 

과거에는 ‘나는 예술가, 당신은 관람객! 관람객은 알아서 예술가의 작품을 바라보고 느껴야 한다. 예술가는 관객을 위해 설명하지 않는다.’는 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예술가가 직접 관객에게 다가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신적으로 교감한다.’는 프레임으로 전환되었다. 또한 순수미술에도 퍼스널브랜딩, 스스로를 마케팅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우쳤다.

 

지금의 예술가들은 20세기 아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 방식으로 현재와 미래를 살 수 없다. 예술가 역시 마찬가지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다. 한 해에도 수백, 수천 명의 예술가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온다. 21세기는 세상과,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한 예술가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과거 예술가가 되기 위해 배워왔던 방식 ‘열심히 하면 언젠가 세상이 알아줄 날이 올 것이다.’는 이젠 통하지 않는다.

 

시대가 달라졌다. 스스로를 알리지 못하면 그 예술가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자기경영을 하지 못한 예술가는 끝내 방향을 잃고 자괴감에 붓을 꺾고 마는 것이다. 예술가 역시 스스로를 경영하는 1인 기업이다. 개인전을 마친 최정훈 화가는 퍼스널브랜딩과 마케팅을 위해 지금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백지 위에 표현하는 일은 같지만 그는 다른 쟝르인 ‘책’을 쓰고 있다. 언제부턴가 그는 도서관에서 자기경영서는 물론 일가를 이룬 예술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순수한 열정 둘째, 스스로를 마케팅하는 능력이었다. 여기에서 마케팅은 요란한 광고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팝아프 황제 앤디워홀은 신비주의로 언론을 활용하였으며, 초대형 노랑오리 러버덕의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은 세상을 캔버스로 전 세계를 다니며 엄청난 스케일의 작품을 제작했다. 일회성 마케팅이 아니었다. 먼저 철학을 세우고 펼쳐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퍼스널 브랜드를 위해 선택한 것은 출판  


21세기형 예술가로서 마케팅을 위한 최고의 길은 출판이라고 생각했다. 책이 출간되면서 내면의 단단해짐은 물론, 칼럼요청과 강의, 강연 요청으로 ‘아트칼럼니스트’란 브랜드도 얻게 되었다. 《괴짜 예술가들의 별난 마케팅》(팬덤북스)은 대학 강단의 현실, 일반인을 위한 교양수업, 화실을 운영하며 현 미술교육의 방향, 개인적인 사례 등을 담았다. 그동안 다양한 경험을 종합하여 ‘21세기 예술가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쓴 것이다.

 

과거 미술이 엘리트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대중적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중 속에서는 미술가도 비즈니스 마인드를 겸비해야 한다. 실천력 겸비한 1인 기업 정신으로 무장하자는 내용을 사례와 함께 실었다. 성공한 미술가의 길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두 번째 책은 공저인《아티스트의 생각지도》(호메르스)이다. 퍼스트 달란트는 물론 세컨드 달란트를 융합한 현대 아티스트들을 분석했다.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달란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다루었다. 선천적인 퍼스트 달란트에 이어 후천적인 세컨드 달란트를 융합하면 퍼스널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다는 콘셉트다. 팩트를 통한 내용은 꽤나 설득력 있다.

 

‘공간지능+언어지능’의 융합을 실천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최정훈 화가가 아닐까. 지금 그는 아티스트, 아트 칼럼니스트, 아트 메신저, 자기경영 컨설턴트, 강사로 종횡무진 중이다. 미술대학에서는 인생의 진로와 아름다운 비전을 돕는 ‘아트 스토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1인 창조경영 아티스트로 자리 잡도록 돕는 것이 목표이다. 최근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열정적 삶을 수집,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림과 글을 이종결합하면서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그동안 자신의 작품에만 집중했다면 이젠 후배들에게 ‘퍼스트 달란트와 세컨드 달란트의 융합법’에 대해 교육하고 싶다는 것이 그것이다. 한 가지 재능을 연마하는 것도 힘들지만, 한 가지 재능에 묻히면 정체가 온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능은 물론 다른 재능을 융합한다면 경쟁력 있는 퍼스널브랜드를 이루기 쉽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강의 또는 저서로 잘나가고 있는 분들이 이미 존재한다. 퍼스트 달란트만으로 전문가의 라이센스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퍼스널브랜딩까지는 어렵기 때문이다.

 

‘퍼스트 달란트와 세컨드 달란트의 융합법’에 대해 교육

 

그는 오늘도 ‘붓’과 ‘자판’이라는 무기를 갈고 닦고 있다. 지금 세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SNS마케팅을 배우면서 고정 팬도 확보된 상태다. 혼자 조용한 곳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독자와 소통하는 화가로 우뚝 자리매김하고 싶다.

 

세상에는 모습에서 두 가지 재능을 합친 예술가가 많이 탄생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이종결합은 두 가지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두 가지를 제대로 결합했을 때 시너지는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변화된 미술환경에서 순수미술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신을 알리는 퍼스널브랜딩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최정훈 화가, 후배 화가들이 나아갈 방향에 힌트를 줄 수도 있을 듯하다. <글/ 윤석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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