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글로벌 ICT 기업들은 얼마나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을까?
최근 디지털 경제의 확대로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해외 다국적 기업들이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나 모바일 플랫폼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경쟁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이들 기업들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 동영상, 게임 등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그 반대급부로 유료 서비스나 플랫폼 등을 통해 수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로부터 국내로 전자적 용역을 제공해 영업이익을 얻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이를 소비하고 있는 만큼 그런 거래에 수받되어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정작 이에 대한 적절한 국내에서의 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제에서 이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세청 역시 적절한 세금징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ICT 기업들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법인세의 경우만 봐도 지난 2016년 네이버는 4,231억여 원을 납부한 반면 구글코리아는 약 200억원 이내로 납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현실은 ‘과세 역차별’이 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실정을 개선하고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달 28일 국회 박영선・김성수 의원들과 함께 ‘디지털 부가가치세 문제진단 및 개선방안 토론회’를 공동 개최하고 그 대안을 찾아보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방효창 두원공과대 스마트IT학과 교수(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는 “국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공평 과세 문제는 세원의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기업 경영 환경을 올바로 조성하고, 나아가 문화산업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부가가치세법」 제4조(과세대상) 및 동법 제53조의2와 시행령 제96조의2(전자적 용역을 공급하는 국외사업자의 용역 공급과 사업자등록 등에 관한 특례)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 교수는 부가세법 제4조(과세대상)에 누락되어 있는 ‘용역의 수입’을 과세의 대상으로 추가하고, 동법 제53조 2와 시행령 제96조의2에 열거된 전자적 용역의 과세대상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열거해야 함은 물론, ICT 기업들이 제공하는 무형자산과 용역의 범위에 대해서도 OECD 및 EU가 제시한 부가가치세 가이드라인처럼 보다 폭넓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 교수는 또 국외 사업자의 과세대상의 경우 OECD와 일본처럼 일정기준(threshold) 이상으로 정함으로서 스타트업이나 중소벤처를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전자적 용역의 경우 동법 제20조(용역의공급장소) 제1항에 규정된 ‘역무가 제공되거나 시설물, 권리 등 재화가 사용되는 장소’가 과연 어딘지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 공정한 과세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용역이 실제로 소비되는 장소’로 기술함으로써 보다 명확하게 개정할 필요성이 있음을 언급했다.
‘과세지국은 해당 공급이 물리적으로 수행된 곳으로 하되, 단 공급의 수행 장소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소비자의 주된 거소가 속한 국가’라는 OECD(2017)의 지침과 같이 실제 용역이 소비된 장소를 현행법에 명시함으로써 소비지국 원칙에 대한 기준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방효창 교수는 “국외 사업자들에 대한 공평 과세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전자적 용역의 부가가치세제에 있어 국세청이 ‘간편사업자등록(SBOR, 부가세법 제53조의2, 동법 시행령제96조의2,동법 시행규칙 제66조의2)’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B2B의 대리납부제도와는 달리 B2C의 경우 개별 소비자에게 ‘자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도록 협조를 유도’하는 것은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방 교수는 또 EU의 경우 해외 ICT 사업자로부터 2015년에 30억 유로(3조 9천억원)를 징수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과세 당국도 해외 ICT 사업자로부터 약 4,000억 원의 이상의 부가세를 징수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첫 번째 토론에 나선 김빛마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세제 형평성 재고의 관점에서 동종의 재화와 용역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에게는 과세되지만 국외 기업에게는 제대로 과세되지 않는 것은 조세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동의했다.
김 위원은 또 현행법상의 전자적 용역의 범위가 다소 모호하고 협소함을 지적하면서 최근 OECD가 제시한 주요 사업유형인 인터넷 광고 등의 전자적 용역이 과세대상으로서 더 추가돼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예를 들면, <2018년 세법개정안>에 클라우드 컴퓨팅이 새롭게 추가된 것처럼, 향후 해외 ICT 기업들의 인터넷 광고도 부가가치세제의 대상이 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일본의 제도 등을 참고해 전자적 용역의 범위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소득세의 경우 물리적 고정사업장을 기준으로 세제를 구분하고 있는 현행법의 과세원칙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 역시 과세 형평성 제고의 관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과거 역차별의 사례와 해외 ICT 기업들의 부가세 꼼수에 관한 구체적인 예시를 들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 실장에 따르면, 애플의 경우 앱 판매자에게 부가세 3%를 전가시키는 형태로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B2C 간의 거래에 있어 애플은 부가세를 포함시킨 총 판매대금을 기준으로 ‘7:1:2=판매자:부가세:애플’의 판매수익 분배약정을 적용해 판매자에게 정산해준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는 국세청에 부가세를 납부할 때 총 판매수익 중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원가 즉 애플에 소비(30% 분배)한 금액 중 실제 원가만을 신고해야 함에도 애플이 부가세를 포함시킨 정산 금액을 판매 원가로서 신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전체 판매수익 중 애플에 소비한 30%의 금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0.1 만큼, 즉 3%씩 손해를 보게 된다. 반면 애플은 그만큼 이익을 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애플은 세금계산서도 발행해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다른 문제점으로는 싱가포르나 아일랜드 등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는 온라인 광고기반의 기업들이 국내에서 버젓이 광고를 하고 있음에도 결제센터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제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점이다.
이같은 조세 차별의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외 ICT 기업의 광고에 대해서도 적정한 과세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차 실장의 주장이었다.
차 실장은 “법인세와 관련해 국내에서 영업하는 해외 ICT 기업들이 대부분이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어 관련법에 공시의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아 정확한 매출집계가 어려울 뿐 아니라 법인세 징수에 대한 실행력을 담보하는 데에 한계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우리나라만 독립적으로 과세할 경우 국제분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우리 기업에게 더 큰 보복으로 돌아올 수도 있으니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다른 토론자로 나선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역시 조세 형평성의 문제를 강력히 언급했다.
안 교수는 ‘용역의 수입’에 대한 세제의 대상과 범위와 관련해 전자적 용역의 경우 「부가가치세법」 제53조의2 제1항의 간주규정을 통해 이를 시행령으로 규정할 게 아니라, 동법 제4조에서 간
단명료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동법 제52조(대리납부)의 과세대상 및 제53조의2, 즉 전자적 용역 등에 관한 특례규정 외 나머지 기타 모든 용역에 대해서도 과세를 해야 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방 교수의 주장이 “국외용역거래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과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므로 소비지국 과세원칙에 어긋난다고 조언하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안 교수는 이와 함께 법인세에 대한 실질과세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기도 했다.
「국세기본법」 제14조(실질과세) 제3항에 입증책임전환 규정을 명시해 역외 탈세 의혹이 있는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과 활동에 대해 이들 기업들이 과세당국에 스스로 증명토록 하는 한편, 「조세범 처벌법」 제9조(성실신고 방해 행위)와 같이 변호사나 회계사 등 불성실한 조력인들에 대해서도 납세범 못지않게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게 안 교수의 주장이었다.
안 교수는 “이같은 징벌규정이나 강학상 세금을 징수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세제도의 허점을 메우려는 과세당국의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인세의 경우 납부를 대리하는 중개기관 즉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원천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정홍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발제자 및 토론자들의 의견에 대해 △법인세의 경우 “고정사업장”의 개념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실체적인 개념을 규정하기 다소 어렵다고 답변했다.
김 과장은 고정사업장의 개념에 따라 현재 디지털방식의 거래에 대해서는 물리적 실체가 없다고 보고 과세가 안 되고 있으며, 또한 이같은 개념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소득 분배
의 문제’가 또 남아 있기 때문에 OECD(2020)의 합의 전까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반면 부가가치세제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역무의 완료’의 개념과 관련해 서비스나 무형자산에 대한 소비지국 과세원칙과 국가 간의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우리의 법제가 OECD(2015) 권고안의 원칙적 합의에 따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술적·제도적인 면에서 다소 부족한 점은 있더라도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국제 조세체계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준영 기재부 사무관(부가가치세과)은 전자적 용역의 수입이 결국 최종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다고 말하면서도 영세율이 적용되는 B2B와 달리 B2C의 경우 해외 ICT 기업들의 부가가치세 납부실적과 관련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박 사무관은 또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52조 및 제53조의2에 따른 용역의 수입에 대한 과세대상의 범위가 협소하기 때문에 그만큼 세금이 덜 걷히게 되는 것이지, 우리 조세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없기 때문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게임, 동영상, 영화 등은 전자적 용역의 개념에 이미 포함되어 있고, 따라서 부가가치세가 적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세제의 대상과 범위를 좀 더 보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며 “해외 기업들의 인터넷 광고의 경우 영세율이 적용되는 B2B가 대다수이므로 OECD의 권고안과 같이 B2C 거래까지 세제를 부과하는 것은 국내에선 과세실익이 없기 때문에 다른 전자적 용역들에 비하면 비경제적”이라고 평가했다.
박 사무관은 이와 함께 간편사업자등록제도에 대해서도 OECD나 EU의 권고안 같이 고정사업장이 없는 해외기업의 자발적인 협조를 통해 “납세의 의무를 과도하게 부담시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부가가치세와 관련해 시민사회에서 최초로 문제 제기를 하고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구글세와 관련해 법인세보다 부가가치세제의 역차별 문제에 보다 집중해 국제조세제도에서 논의돼 왔던 대안들을 찾아 평가하고, 국내 조세체계와 현행법에 만족할만한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즉, 이날 합의된 바로는 첫째 ‘용역의 정의’에 있어서 세제의 대상과 범위를 보다 확대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점, 둘째 국내 ICT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자적 용
역’에 대한 세제의 대상과 범위를 보다 확대하고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점(예를 들어, 클라우드
컴퓨팅이 새롭게 추가된 것처럼 새로운 ICT 사업 모델들이 세재 대상으로서 지속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셋째로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해외 ICT 기업들로부터 부가가치세가 잘 걷히지 않는 것은 간편사업자등록제도가 과세의 실효성과 확실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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